[마켓칼럼] 한국 주식에도 기회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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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 한국 주식에도 기회가 올까
[마켓칼럼] 한국 주식에도 기회가 올까
박병창 교보증권 이사

올해 글로벌 주요 주식시장은 역사적 신고지수를 경신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기 상황이 좋고 유동성의 쏠림 현상이 나타났던 미국의 3대 지수를 비롯해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유럽 주요 지수들도 신고가를 경신하며 상승 흐름을 보였다. 일본 역시 강세를 보이며,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지수들도 신고가 근처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와 달리 코스피는 15일 기준 올들어 – 1.7% 코스닥은 – 11.3%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중심엔 반도체 한파를 ‘혼자’서 맞고 있는 삼성전자의 부진이 있지만 주식 시장 관련 정책의 불확실성, 유동성 유출, 투자 심리 위축, 개별 기업들의 고전이 우리 증시의 약세를 이끌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한 해 내내 글로벌 증시 대비 약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매크로 경제 환경과 유동성 측면에서 변화의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정책적 결단과 시장 우호적 모멘텀이 발생한다면 더욱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커 투자자들이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위험 요소가 존재하지만, 단기적 기회를 점검하며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미국 증시는 올해 월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3월 이코노미스트 표지에는 ‘황소를 위로 끌어 올리고 있는 풍선’ 그림이 실렸다. 당시 S&P500 지수는 5000포인트를 넘어서며 신고가 경신을 이어갔다. 7개월이 지난 14일 기준 S&P500 지수는 5859포인트에 이른다. 오버슈팅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금리와 강한 달러, AI 산업의 핵심 기업들이 미국 증시 강세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유동성은 더 높은 수익을 향해 이동한다. 높은 금리와 강한 달러는 글로벌 자금의 미국행을 가속화 시켜 풍부한 유동성을 만들어 냈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은 3조달러가 넘어서는 시가총액으로 거래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마침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해 4.75~5.0%로 낮추었다. 미국으로만 향하던 자금은 금리 인하 기조로 선회하면서 이익실현을 하거나 다른 고수익으로 리밸런싱 할 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미국 독주의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봤던 이머징 국가들은 금리 인하 시기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

한국 증시 약세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중국의 경기 침체가 지목된다. 우리 경제는 중국과 높은 상관관계에 있다.중국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지 오래이며 소비자물가지수(CPI)도 0% 전후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방정부 부채 문제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었고, 간헐적인 경기 부양책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해 시장의 실망을 초래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 당국은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9월에는 지준율과 역RP 금리를 인하하며 금융정책을 강화했고, 10월 24일 인민은행은 지준율을 추가로 0.5%포인트 인하하며 1조 위안의 장기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발표했다. 더불어 증권사와 펀드, 보험사의 자산을 담보로 중앙은행이 자금을 지원해 주식 투자를 장려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개인의 미상환 주택 대출 금리를 신규 대출 수준으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차입 비용 절감과 경기 부양에 전념하겠다"는 발표를 내놓은 데 이어서 10월에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회의를 통해 재정 정책을 발표 했다.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은 12일 현지 기자회견을 통해 "몇 년간 나온 조치 중 가장 강력한 조치가 될 것"이라며 "향후 더 많은 반주기적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발언을 내놨다. "조만간 부채 관리를 위한 재정, 세금 개혁안 발표할 것이며 향후 2년간 개혁 조치를 이어 갈 것"이라는 내용도 함꼐 내놨다. 재정 정책을 통해 지방 정부의 부채 압박을 완화하고 궁극적으로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 끌어내어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는 정책을 통해 부동산 및 경기 부양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금융정책과 재정 정책이 동시에 나온 것이다. 중국 시장은 급등했다. 여전히 중국의 정책에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나 중국의 이러한 금융·재정 정책은 미국의 금리 인하와 시기를 맞춰 나와 긍정적인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으로 구체적이고 강력한 정책은 아직 미루고 있으나, 대선 후 강력한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중국 경기의 회복과 중국 시장의 상승은 우리 경제와 주식 시장에 호재다. 글로벌 증시에서 중국과 엮여 상대적으로 약세였던 한가지 요인이 해소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환율의 측면에서도 기회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과 유럽의 경기 회복은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급적 측면에서 일본의 금리 인상과 엔화 강세는 달러 약세 요인이다. 일본은 최근 긴축 기조에서 시장의 텐트럼으로 완화적으로 후퇴한 상태이다. 그러나 정.관계의 인사들은 금리를 정상화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시기의 문제이지 금리인상과 엔화 강세의 흐름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달러 약세는 원화 강세로 이어져 국내 증시의 호재 요인이다. 강한 통화로의 글로벌 자금 유입은 정상적인 흐름이다. 미국 대선으로 인해 달러의 향방에 대해서는 아직은 불확실하다. 씨티그룹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달러가 강세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분석 자료를 내 놓기도 했다. 달러인덱스의 방향은 우리 시장에 수급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올 들어 12조3000억원을 순매수했다. 7월 말까지 24조1000억 원을 순매수한 외국인들은 이후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약 12조 원어치를 매도했다. 사실 올해 한해 동안 외국인들의 매도로 시장이 약했다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개인과 국내 기관들의 이탈이 더 심각했다. 외국인들의 자금 이동은 원화 강세의 추세가 만들어지면 다시 유입될 모멘텀이 된다.

7월 이후 삼성전자의 외국인 매도 규모는 약 12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저점 형성과 외국인의 매도세 완화가 국내 시장 상승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6만 원 이하로 하락한 현재 가격대는 2017년 고점과 팬데믹 직전인 2019년 가격, 2022년 시장 저점을 잇는 중요한 지지선으로 평가된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이라는 가치 분석의 측면이나 수급과 심리가 반영된 기술적 분석의 측면에서도 저점 형성 가능성이 높은 가격권까지 하락한 상태이다.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담화문까지 발표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 부분 역시 우리 시장의 저점 형성과 상승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좀더 긴 시계열로 시황을 판단한다면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과 미국 대선 후 불확실성, 일본 금리 인상과 엔화 강세로 인한 글로벌 유동성 축소 등의 불안한 요인들이 있다. 그럼에도 코스피의 기회 요인은 매크로 환경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아쉬운 점은 금투세를 비롯한 증시 관련 세금 정책의 지원, 밸류업 프로그램의 강한 시행 등의 국내 내부적인 모멘텀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현 시점에서 국내 시장은 투자 심리 개선의 정책적 모멘텀이 필요하다. 투자자들을 답답하게 또는 실망하게 하고 있는 국내 환경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