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엔씨소프트 제공]
김택진,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엔씨소프트 제공]
거듭된 실적 악화와 신작 부진 여파로 고강도 구조조정 작업에 나선 엔씨소프트가 연이어 초강수를 두자 시장의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과감해진 엔씨, 시장 '반색'

전일 엔씨소프트가 구체적인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공개하자 주가는 7.23% 상승하며 21만원 선으로 뛰어 올랐다. 6거래일 내내 엔씨의 주식을 팔아오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수로 전환했고, 기관도 엔씨 주식을 택한 덕분이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개발 자회사를 물적분할하고 12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선 물적분할이 리니지를 제외한 신규 IP들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자회사의 책임 경영과 자생력 확보가 신규 IP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아울러 희망퇴직으로 인건비를 크게 낮춰 재무구조 효율화를 이룬다면, 실적에 큰 부담 요소가 제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엔씨소프트 직원 1인 평균 급여는 약 1억700만원이다. 엔씨소프트의 인건비율(인건비=급여+퇴직급여+복리후생비+주식보상비용)은 지난 3년간 21.8%에서 47.3%까지 급증했다.
엔씨소프트 사옥 외경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 사옥 외경 [엔씨소프트 제공]


4분기 희망퇴직 비용 반영..."혹독한 겨울"

그렇다면 고강도 체질 개선의 효과가 언제쯤 나타날 수 있을까. 업계에선 "올해 혹독한 겨울을 보낸 엔씨가 내년 봄인 2분기 이후부턴 깨어날 조짐을 보일 것"이라 평가한다.

먼저 3분기 실적 전망은 크게 어둡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3분기 매출액은 3,921억원, 영업익은 8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7.32%, 48.38% 감소한 수치다.

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763% 증가한 33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는 희망퇴직 비용을 채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관련 비용이 반영되면 이익도 큰 폭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희망퇴직 접수 기한은 오는 28일부터 내달 8일까지다. 관련 비용은 4분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위로금은 최대 3억원으로, 인건비 관련 역대급 일회성 비용이 발생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 직원 A씨는 "업계 전방위적으로 분위기가 어둡긴 하지만 유례없는 위로금 규모에 많은 동료들이 동요하고 있다"며 "신청률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씨소프트 TL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 TL [엔씨소프트 제공]
"체질 개선·신작 효과, 2분기부터 기대"

연말 비용 부담을 털어내고 내년 1분기 조직 재정비가 마무리된다면 2분기부터는 고강도 구조조정의 효과가 점진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11월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회사 분할 및 신설 회사 설립을 확정한다. 각 신설 회사의 분할 기일은 내년 2월 1일이다.

게임 본업에 대한 기대도 더해진다. 국내에서 혹평을 받았던 부분들을 크게 개선하며 글로벌 버전으로 개선해 이달 1일 출시한 TL은 출시 직후 스팀 글로벌 최고 판매 1위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글로벌 이용자 400만명을 돌파하는 등 미국, 일본,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에서 매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신작도 대거 준비 중이다. 핵심 IP인 블레이드&소울의 후속작 블레이드&소울2는 연말 중국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핵심 파트너 텐센트가 뒤를 받치고 있어 기대감이 크다. 캐시카우인 리니지2M도 연내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출격한다. 위 게임의 성과가 실적에 본격 반영되는 실적은 내년 1분기 이후로 예상된다. 아울러 내년엔 최고 기대작 아이온2를 비롯해 '프로젝트G' '엘엘엘'(LLL) 같은 글로벌 맞춤형 신작도 공개될 예정이다.


박해린기자 hl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