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미래 인프라 막는 지자체 '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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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태업'에 데이터센터 등 차질
정부가 직접 나서 갈등 해결해야
강동균 편집국 부국장
정부가 직접 나서 갈등 해결해야
강동균 편집국 부국장
지난 4·10 총선에서 경기도의 한 지역구에 출마한 전 의원은 자신이 낙선한 이유가 데이터센터 건립을 둘러싼 논란 탓이라며 아직도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같은 당 소속인 시장이 자신의 출마 지역구에 데이터센터 입주를 추진해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상대 후보에게 몰표를 줬다는 것이다. 차기 지방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이 시장도 결국 사업자의 착공 신고를 최근 반려했다. 이 지역엔 여전히 데이터센터 설치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데이터센터, 송전선로 등 미래 산업의 필수 인프라 건설을 놓고 전국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절차에 따라 건축 허가를 내주고서도 주민들이 반발하자 “주민들과 협의가 부족했다. 상생 방안을 내놓으라”며 착공을 막거나 지연시키는 지방자치단체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지자체의 ‘행정 태업’에 추진 단계에서 사업이 엎어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꽃’이라고까지 불리는 데이터센터는 혐오시설로 낙인찍혀 대표적인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의 대상이 됐다. 경기 고양시는 최근 덕이동 데이터센터의 착공 신고를 반려했고, 김포시도 3년 전 건축 허가를 내준 데이터센터의 착공을 불허했다. 지역 주민들은 막대한 전력이 들어가는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공급하는 특고압선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암을 유발한다고 주장하지만, 데이터센터의 전자파는 가정용 전기밥솥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선거를 의식한 지자체장이 지역 주민의 반발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수도권에서 인허가를 받은 데이터센터 33곳 중 절반가량이 주민들의 ‘묻지 마 반대’로 착공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정보기술(IT) 장비를 한 건물에 모아 관리하는 ‘디지털 호텔’로 불린다. 데이터센터 수가 그 나라의 IT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될 정도다. 2029년까지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신청한 곳은 637개에 달한다.
‘산업 혈관’에 해당하는 송전선로도 주민 반대와 지자체의 비협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동해안에 포진한 8개의 화력발전소는 올해 들어 대부분 가동을 줄이거나 멈췄다. 전기를 생산해도 수도권으로 실어 나를 송전망이 부족해서다. 동해안 지역의 전기 생산량은 최대 18GW인데 송전선로 용량은 11GW에 불과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전력은 2019년 준공을 목표로 동해안과 수도권을 잇는 송전선로를 건설할 계획이었지만 준공이 5년 넘게 늦어지고 있다. 이 송전선로의 종점 역할을 하는 동서울변전소 증설을 놓고 인허가권을 쥔 경기 하남시가 주민들의 반대를 들어 퇴짜를 놓으면서다. 수도권 전력난 해소를 위한 국책사업이 수도권 지자체의 반대로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의 전력망 확충 사업 가운데 8%만 제때 공사를 마쳤다. 송전선로가 확충되지 않으면 당장 4년 뒤 전력 부족으로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은 미래 국가의 경쟁력과 기업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이런 인식에 따라 세계 각국은 앞다퉈 데이터센터 증설과 전력망 확충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자체와 해당 지역 주민에게만 맡겨둬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일각에선 미래 핵심 인프라 건설의 발목을 잡는 ‘님비 지자체와 주민’에게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 나서 갈등을 중재하고, 인허가 절차를 일원화해 미래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
데이터센터, 송전선로 등 미래 산업의 필수 인프라 건설을 놓고 전국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절차에 따라 건축 허가를 내주고서도 주민들이 반발하자 “주민들과 협의가 부족했다. 상생 방안을 내놓으라”며 착공을 막거나 지연시키는 지방자치단체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지자체의 ‘행정 태업’에 추진 단계에서 사업이 엎어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꽃’이라고까지 불리는 데이터센터는 혐오시설로 낙인찍혀 대표적인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의 대상이 됐다. 경기 고양시는 최근 덕이동 데이터센터의 착공 신고를 반려했고, 김포시도 3년 전 건축 허가를 내준 데이터센터의 착공을 불허했다. 지역 주민들은 막대한 전력이 들어가는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공급하는 특고압선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암을 유발한다고 주장하지만, 데이터센터의 전자파는 가정용 전기밥솥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선거를 의식한 지자체장이 지역 주민의 반발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수도권에서 인허가를 받은 데이터센터 33곳 중 절반가량이 주민들의 ‘묻지 마 반대’로 착공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정보기술(IT) 장비를 한 건물에 모아 관리하는 ‘디지털 호텔’로 불린다. 데이터센터 수가 그 나라의 IT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될 정도다. 2029년까지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신청한 곳은 637개에 달한다.
‘산업 혈관’에 해당하는 송전선로도 주민 반대와 지자체의 비협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동해안에 포진한 8개의 화력발전소는 올해 들어 대부분 가동을 줄이거나 멈췄다. 전기를 생산해도 수도권으로 실어 나를 송전망이 부족해서다. 동해안 지역의 전기 생산량은 최대 18GW인데 송전선로 용량은 11GW에 불과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전력은 2019년 준공을 목표로 동해안과 수도권을 잇는 송전선로를 건설할 계획이었지만 준공이 5년 넘게 늦어지고 있다. 이 송전선로의 종점 역할을 하는 동서울변전소 증설을 놓고 인허가권을 쥔 경기 하남시가 주민들의 반대를 들어 퇴짜를 놓으면서다. 수도권 전력난 해소를 위한 국책사업이 수도권 지자체의 반대로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의 전력망 확충 사업 가운데 8%만 제때 공사를 마쳤다. 송전선로가 확충되지 않으면 당장 4년 뒤 전력 부족으로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은 미래 국가의 경쟁력과 기업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이런 인식에 따라 세계 각국은 앞다퉈 데이터센터 증설과 전력망 확충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자체와 해당 지역 주민에게만 맡겨둬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일각에선 미래 핵심 인프라 건설의 발목을 잡는 ‘님비 지자체와 주민’에게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 나서 갈등을 중재하고, 인허가 절차를 일원화해 미래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