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한국 경제가 애초 예상을 크게 밑도는 0.1% 성장에 그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실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소비·투자 등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진작에 낮췄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수출 낙수효과에만 기댄 채 경기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바라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4일 한은에 따르면 3분기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0.9%포인트로 집계됐다. 2분기(-0.1%포인트) 대비 크게 높아졌다. 다만 건설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0.4%포인트로 2분기(-0.5%포인트)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였다.

정부 안팎에선 한은이 기준금리를 1~2개월가량 먼저 인하했다면 3분기 내수 성장 기여도가 더 높아졌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은은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포인트 낮췄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상반기부터 점진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한은은 집값 상승 등을 이유로 사실상 반대했다. 금리 결정에서 내수 경기보다 집값 안정에 무게를 둔 것이다.

정부 안팎에선 내수를 본격 살리기 위해선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자회사인 무디스애널리틱스도 이날 보고서에서 3분기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부진한 탓에 한은이 다음달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화상으로 간부회의를 열어 “건설이 부진한 가운데 내수 회복 과정에서 수입이 증가하고 수출이 조정받아 성장 강도가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내수·민생 대책 집행을 가속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애초 기재부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한은 예상치(0.5%)에 충분히 부합할 것으로 봤다. 일부 간부는 내수 회복 가시화에 힘입어 0.5%를 웃돌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펼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4분기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낙수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미국 대선 리스크와 중국 경제 침체 여파로 수출 호조세가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정부가 올해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2.6%)뿐 아니라 한은 전망치(2.4%)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작년 말 정부가 제시한 기존 전망치(2.2%)를 밑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