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미니 IPO'까지…스타트업 돈줄 된 인도 증시
“올해 사상 최대 기업공개(IPO) 사례인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처럼 공모 규모가 33억달러(약 4조5000억원)인 기업부터 150만달러(약 20억원)인 영세 업체까지 다양한 규모의 상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뭄바이 인도증권거래소(NSE)에서 열린 현대차 인도법인 상장 기념식을 마치고 NSE 집무실에서 만난 아시시쿠마르 차우한 대표(사진)는 “해외 기업들의 인도 IPO 열기가 뜨겁다”며 이같이 말했다. NSE는 우량 기업 중심의 메인보드 시장과 벤처기업 위주의 SME(중소기업) 시장으로 나뉜다. 특히 벤처기업 IPO가 활발한 편이다. 지난해 IPO 전체 242건 중 182건(75%)이 벤처·중소기업이었다.

인도 증시의 무서운 상승세와 인도 거래소의 낮은 허들이 벤처창업가가 대거 몰리는 배경이 되고 있다. 차우한 대표는 “사모펀드(PEF)나 벤처캐피털(VC)보다 저렴하게 자본을 조달할 수 있다 보니 스타트업들도 시드 투자(사업 초기에 받는 투자금) 유치 대신 IPO를 택할 정도”라고 했다.

‘인도 개미’(개인투자자)의 증가도 증시 활황을 이끌고 있다. 인도 주식 투자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급격히 불어났다. 2020년 3100만 명에서 2022년 5940만 명으로 증가했고 올해 8월엔 1억 명을 넘겼다. 차우한 대표는 “개인투자자 규모가 최대 6억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경제 부흥책에 힘입어 당분간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우한 대표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상장 기념식에서 만나 대화하면서 허 황후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며 “인도와 한국은 2000년 사돈 국가인 만큼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허 황후는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로 배를 타고 한반도로 건너와 가야국의 왕비가 됐다.

차우한 대표는 인도에서 사업하려는 글로벌 법인이라면 언제든 인도 증시 상장을 검토해달라는 주문을 덧붙였다. 그는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한 영국 기업은 자회사를 런던에 동시 상장하려다 관련 규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자 인도 IPO로 방향을 틀었다”며 “인도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면 인도 IPO는 좋은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차우한 대표는 2022년 7월부터 NSE를 이끌고 있다. 그는 경쟁 거래소인 뭄바이증권거래소(BSE)에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대표를 지냈고 인도 대표 기업인 릴라이언스에도 오랜 기간 몸담았다.

뭄바이=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