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 분기 실적(매출 17조5730억원, 영업이익 6조4724억원)을 달성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 대전(SEDEX) 2024’에서 관람객이 SK하이닉스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임형택 기자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 분기 실적(매출 17조5730억원, 영업이익 6조4724억원)을 달성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 대전(SEDEX) 2024’에서 관람객이 SK하이닉스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임형택 기자
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시절을 넘어선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SK하이닉스에 안겨준 일등공신은 고대역폭메모리(HBM)다.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한 엔비디아를 꽉 잡은 덕분에 올 3분기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배 넘게 늘었다. D램을 쌓아 만드는 HBM은 영업이익률이 50%를 넘을 정도로 수익성이 좋은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일각에서 제기한 HBM 수요 둔화 가능성을 일축하며 “AI 반도체 수요는 예상보다 더 늘고 공급은 부족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HBM 독주’가 내년에도 지속되면 25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HBM에서만 벌어들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 고부가 HBM의 힘

SK하이닉스, 엔비디아 꽉 잡았다더니…'파격 전망' 나왔다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영업이익(7조299억원)이 직전 최고 기록(2018년 3분기 6조4724억원)을 넘어섰다고 24일 밝혔다. 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6조6478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도 40%로 직전 분기(33%)보다 7%포인트 상승했다. 매출은 17조573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94% 늘었다.

범용 D램이 들어가는 모바일과 PC용 수요는 부진했지만, HBM이 장착되는 AI 서버 투자가 증가해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3분기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은 약 3조6000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급증했다. 전체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도 30%로 높아졌다.

SK하이닉스는 “4분기에는 HBM 매 출 비중이 40%에 이를 것”이라며 “예정대로 4분기 중 최신 5세대 HBM3E 12단 제품을 출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규현 D램 마케팅 담당(부사장)은 “고객사들의 AI 투자계획을 감안할 때 HBM 수요 둔화는 시기상조”라며 “HBM 개발 난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공급 과잉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했다.

○ 내년 수익 독식 전망도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단순 계산으로 내년에 HBM으로만 25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둬들인다. 엔비디아가 내년에 구매할 HBM 규모(50조원)와 HBM 영업이익률(50% 이상)을 감안한 수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글로벌 HBM 시장이 467억달러(약 65조원)로 올해(182억달러)보다 156%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이 중 73%는 엔비디아 몫이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 등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 점유율은 각각 52.5%, 42.4%로 10.1%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값비싼 최신 제품(HBM3E)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삼성전자는 HBM2E 등 수익성 낮은 구형 제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 “AI 리더십 굳히겠다”

SK하이닉스는 갈수록 공정 난도가 높아지는 HBM 특성상 후발주자들이 쉽게 쫓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HBM3E 12단 제품을 예로 들었다. SK하이닉스는 올 3월부터 HBM3E 8단 제품을 현재 엔비디아 주력 AI가속기인 ‘호퍼’에 납품한 데 이어 4분기 12단 제품을 차세대 AI가속기인 ‘블랙웰 울트라’에 공급한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HBM3E 12단 샘플을 전달하고 ‘오케이’ 사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 하반기에 나오는 HBM4(6세대)가 메모리 3사의 격전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HBM 전담팀을 꾸리고 HBM4 개발에 착수하는 등 사활을 걸고 있다. SK하이닉스는 TSMC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첨단 패키징 기술을 활용해 HBM4에서도 주도권을 놓지 않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