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휴전 협상 재개·공급 과잉 우려에…이틀 연속 내린 유가 [오늘의 유가]
공급 과잉 우려가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보다 크게 대두되며 24일(현지시간) 국제 유가가 이틀 연속 1%가량 하락했다. 중동 지역의 휴전 협상이 수일 내에 재개될 수 있다는 보도에 따라 공급 중단 우려가 일부 해소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만기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일 대비 0.8% 하락한 배럴당 70.19달러에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 12월물도 0.8% 내린 배럴당 74.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국제 유가 추이 /자료=오일프라이스
국제 유가 추이 /자료=오일프라이스
국제유가 하락은 휴전 협상으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이 소강상태에 접어들 수 있단 기대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이스라엘 협상 대표단이 수일 내에 카타르 도하에 모여 가자지구 휴전과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무실은 정보기관 모사드 수장인 데이비드 바르니아가 오는 27일 도하로 출국할 것이라고 밝혔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회담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협상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참여하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하마스에 협상 참여를 촉구했다. 블링컨 장관은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죽음 이후 휴전 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 지역을 순방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유가 약세는 그동안 중동 갈등이 고조된 데에 따른 상승분을 반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가 상승에 대비한 헤지펀드는 하락에 투자한 펀드에 비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장 비싼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리터부시앤드어소시에이츠는 "중동 위험에 따른 가격 상승이 거의 매일 확대되고 축소되면서 가격 범위가 계속 지그재그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에 따라 브렌트유가 2주 만에 8%가량 급등락을 반복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1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에는 일주일간 브렌트유 선물이 8%가량 급등했으나, 14일 이스라엘이 에너지 인프라를 발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소식이 보도되자 브렌트유는 다시 약 8% 내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올해 이란의 일일 수출량은 약 150만배럴에 이른다. 지난해 일일 수출량인 140만배럴보다 늘어난 수치다.

중동 긴장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당분간 공급 과잉 우려가 국제 유가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IA는 지난 11~18일 미국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547만 배럴 늘어난 4억2600만배럴로 집계됐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증가분은 로이터통신 예상치 27만배럴을 크게 웃돈다. 가을 정비를 마친 정유 공장 시설이 가동을 시작하며 원유 처리량은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