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수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소장이 내년 집값을 전망하고 있다. 사진=유채영 기자.
정희수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소장이 내년 집값을 전망하고 있다. 사진=유채영 기자.
"내년 수도권 집값은 올해보다 더 오를 것이라고 봅니다."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소장(사진·52)은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기준 금리가 하락 추세로 돌아섰고 공급 부족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이렇게 전망했다.

내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로 금리를 짚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연 3.5%였던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포인트 낮췄다. 2021년 8월 0.25%포인트 인상과 함께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가 3년 2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정 소장은 "금리 인하만 놓고 보면 2020년 5월 이후 4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내린 것인데 금리가 하락 추세로 돌아선 만큼 당분간은 완만하게 더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2026년까지 최대 125bp(1bp=0.01%포인트) 내려 연 2%대까지 기준금리가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처럼 기준금리가 제로(0)에 가까워지진 않겠지만 현재보다는 레벨을 낮추면서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현재 정부는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시행 중이다. 지난 9월부터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시행해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 문턱을 넓혔고, 내년에도 스트레스 DSR 3단계를 시행할 예정이다.

정희수 소장은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해 실수요자들의 차입 여력이 축소된 것은 사실이지만 기준금리 하락이 시작됐고 완만한 하락이 계속되면서 시중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실질적으로 하락해 실수요자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부담을 덜어주는지 여부를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런 영향으로 가격 상승 폭은 크지 않을 수 있겠지만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매수세가 강해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족한 공급 역시 집값을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정 소장은 "착공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공사비 부담이 커지고 있고 공사 기간도 길어지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준공 물량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특히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풍부한 수도권에서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수준이 크기 때문에 이들이 체감하는 공급 감소 영향은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희수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소장은 내년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유채영 기자.
정희수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소장은 내년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유채영 기자.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역시 공급이 많이 늘어나기엔 난관이 많은 상황"이라면서 "공급 부족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8·8대책 등을 통해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놨지만 높은 공사비와 지방 수요 위축, 주택 사업성 저하 등으로 인허가 상태에서 착공으로 전환하는 물량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 변수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한 우려는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부동산 PF 위험노출금액(익스포저)은 261조5000억원 수준이다.

정 소장은 "부실 사업장 정리 등으로 부동산 PF 부실 규모가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금융권에서 충당금 적립 등으로 대비를 하고 있고 부동산 PF 부실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 정책적인 지원도 계속되는 만큼 PF가 시장을 흔들만한 뇌관이 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시장을 붕괴시킬 시스템 리스크가 되지는 않겠지만 건전한 부동산 시장을 위해서는 PF 부실이 정리될 필요가 있다"며 "앞서 말한 공급 측면에서 봤을 때 착공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부동산 PF 사업장별로 등급을 매겨 '부실 우려' 등급은 경·공매, 상각 등으로 처리해 건전성을 증진할 필요는 있다"고 판단했다.
정희수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소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시장을 흔들만큼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사진=유채영 기자.
정희수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소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시장을 흔들만큼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사진=유채영 기자.
내년 부동산 시장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양극화가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 소장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 매수심리가 회복되고는 있지만 가격 상승 기대감이 높은 수도권에서 매수 심리가 더욱 개선되는 상황"이라면서 "수도권에선 공급 부족 우려, 외지인 매수세, 일부 주요 단지의 신고가 경신 등이 매수 심리 확대를 자극할 것"이라고 봤다.

이어 "가격 회복이 빠르고 대기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가계 여유 자금이 있는 실수요자들의 매수가 몰리면서 상승 거래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우수한 입지에 있고 가격이 내릴 우려가 적은 '똘똘한 한 채'로의 집중이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호도가 높은 서울 핵심지 등 일부 지역은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하고 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사례도 나올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정 소장은 "대기 수요가 많고 환금성이 높은 수도권 핵심 지역 아파트에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만약 수요가 쏠려 가격이 급등한다면 전세 대출 규제를 강화하거나 규제지역을 확대하는 등의 정책을 통해 정부가 시장을 안정할 가능성도 있다"며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선 비아파트 공급 규제를 추가로 완화하거나 정비사업 문턱을 더 낮추는 등의 움직임도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리도 내렸는데 "내년 집값 오를까요"…경제 전문가 전망은 [이송렬의 우주인]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소장은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를 거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실장으로 사회에 발을 디뎠다. 광운대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를 맡기도 했고 현재는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장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1987년에 설립돼 하나금융그룹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해 선제적인 전략 방향을 제시해 하나금융그룹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최근엔 부동산 시장 연구에도 뛰어들었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