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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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애리얼리. 미국 듀크대 교수이며 세계적인 행동경제학자다. <상식 밖의 경제학>,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같은 대중서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에게 2020년 지인이 메일을 보냈다. “댄, 당신이 이렇게 변했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네요. 언제부터 그렇게 돈을 밝히셨나요? 사람이 어쩌면 그렇게 확 바뀔 수가 있죠?”

알고 보니 음모론 속 악당이 돼 있었다.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음모론이 한창일 때였다. 그가 빌 게이츠, 일루미나티(18세기 후반 독일에서 결성된 비밀 결사 조직)와 공모해 전 세계 여성을 불임으로 만들어 세계 인구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백신 접종이 그 수단이라는 내용이었다. 전 세계 사람의 이동을 추적하기 위해 국제 백신 여권을 만들려 하고, 그가 전 세계 여러 정부와 손잡고 시민을 통제하고 조정하는 일을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애리얼리는 적극 항변했다. 연락처를 알게 된 음모론자에게 전화를 걸어 설득도 했지만 이런 말이 돌아왔다. “순진한 척하지 마세요. 당신이 어떤 분이고 또 당신이 뭘 하는지 다 알고 있으니까요.”

그가 해명할 때마다 그들은 애리얼리의 말을 왜곡해 자기 주장의 근거로 삼았다. 해명을 그만두자 잘못을 인정했다는 또 다른 증거로 해석했다. 애리얼리 책을 불태우겠다고 했고, 살해 위협까지 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조차 그런 음모론에 빠져들었다는 점이었다.

‘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괴로워하던 그는 그들을 이해해 보기로 했다. 그 결과 탄생한 책이 <미스빌리프>다. 책은 사람들이 어떻게 잘못된 믿음에 빠져들게 되는지 탐구한다. 애리얼리는 이를 위해 ‘잘못된 믿음의 깔때기’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입구가 넓고 안이 좁은 깔때기로, 안으로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개미지옥 같은 함정이다.
코로나 음모론에 세계적 악당으로 몰린 행동경제학자 [서평]
사람들이 그 깔때기에 발을 들이미는 첫 번째 동인은 스트레스 상황이다. 특히 자신의 힘만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일 때 더 음모론에 빠져들기 쉽다. 코로나19가 그런 예다. 경제적 불평등으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고, 삶이 팍팍해진 미국 백인 노동자들이 음모론을 쉽게 믿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깔때기 입구에 들어간 사람들은 아직 긴가민가하다. 그래서 정보를 탐색해 보려 하는데, 그들을 유혹하는 것은 도처에 널린 거짓 정보다.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이 틀렸다는 근거를 찾기보다 맞다는 근거를 찾는 데 치중하는데, 인터넷 세상의 수많은 글과 영상, 이미지 속에서 잘못된 믿음을 뒷받침해 줄 정보를 찾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다음 단계에서 그들은 이제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설득이 통하지 않고 음모론 맹신도가 된다.

애리얼리는 이런 문제는 사회구조적인 관점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정부 규제나 소셜 미디어 기업의 기술 같은 해법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이 깔때기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 올바르게 인식할 때 음모론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은 사람들이 잘못된 믿음에 빠져드는 과정을 흥미롭게 설명한다. 다만 개인 심리에 치중한 설명은 전체 그림을 다 보여주지 못한다. 이 세상에 거짓이 만연한 것은 노동자와 같은 소시민들이 음모론에 쉽게 빠져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치인, 논평가, 학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자기 이익을 위해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잘못된 정보와 주장을 퍼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그런 부분은 다루지 않는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