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광물 확보 전쟁' 불붙어…英 돈 풀고, 美 규제 풀었다 [원자재 포커스]
영국이 중국에 대한 원자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주요 광물을 수입하는 자국 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또한 자국 내 리튬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에 나서며 글로벌 원자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는 30일 레이첼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은 리튬, 흑연, 코발트 등 주요 광물을 수입하는 기업이 영국 수출금융청(UKEF)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휴대폰과 전기차 등 제품에 필수적인 원자재 확보를 위한 글로벌 경쟁에서 영국이 우위를 점하기 위한 조치다.

재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지원은 방위, 항공 우주,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산업 분야에 특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어떤 기업이 혜택을 받을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블룸버그는 수입 광물의 주요 사용자인 제트 항공기 엔진 제조사 롤스로이스와 리튬 공급이 필요한 배터리 공장을 영국 남서부에 건설 중인 인도 최대 자동차 업체 타타모터스가 주요 수혜 기업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은 최근 몇 년간 첨단 제조업에 필수적인 주요 광물 공급망을 강화하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같은 날 미국 내무부는 호주의 리튬 채굴업체 아이어니어가 네바다주에서 추진하는 리튬 채굴 사업에 대해 연방 허가를 발급했다. 이번 허가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국내 리튬 광산 개발을 허가한 첫 사례다.

아이어니어는 2025년 광산 건설을 시작해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광산은 연간 전기차 37만대에 필요한 리튬을 20년 넘게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된 리튬은 포드자동차와 도요타자동차에 공급될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적인 리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해 아이어니어에 최대 7억 달러(약 96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로라 대니얼-데이비스 미국 내무부 장관 대행은 이번 사업이 "청정에너지 전환을 진전시키고 미래 경제의 동력을 제공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은 중국 기업들이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공급 과잉을 유도하고 가격을 하락시키는 방식으로 경쟁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원자재 정보업체 패스트마켓츠에 따르면 2018년 중국 내에서 채굴되거나 중국 기업이 해외에서 채굴한 리튬 비중은 전체 시장의 14%에 불과했지만 올해 1~5월에는 35%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 내 리튬 정제 비중도 63%에서 70%로 상승했다. 광물업체 다턴코모디티즈는 지난해 중국 외부에서 생산된 정제 코발트가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