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퉁소소리' 위해 15년 기다린 고선웅 "뻔뻔한 전쟁 속 민중 고통 담아"
"<최척>' 속 이야기는 현재 벌어지는 일들과 똑같아요. 지금도 뉴스를 보면 파병을 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난민 캠프에 폭격하고 있어요. 이렇게 집요하게 벌어지는 전쟁 속에 고통받는 민중들의 삶과 생명력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고선웅 연출가는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연극 '퉁소소리'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고전 소설 <최척전>을 서울시극단이 재해석한 연극 '퉁소소리'가 오는 11월 무대에 오른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명나라, 일본, 안남(베트남)으로 뿔뿔이 흩어진 최척, 그의 아내 옥녀와 아들이 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퉁소소리' 위해 15년 기다린 고선웅 "뻔뻔한 전쟁 속 민중 고통 담아"
고 연출은 이 작품을 15년 전부터 구상해왔다. 그는 <최척전>에 대해 "조선, 일본, 중국, 베트남까지 동북아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장황한 작품"이라며 "이런 이야기를 한정된 무대와 배우를 활용해 공연하기 위해서는 캐스팅, 전쟁 장면 연출 등 현실적으로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공연이 결정되고 약 6개월이 걸려 대본을 완성하고, 출연진 캐스팅과 시간 배분을 결정하는 데에만 3달이 걸렸다.

제목을 <최척전>이 아닌 '퉁소소리'로 바꿨다. 원작의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는 "최척의 아내인 옥녀의 역할도 크고, 2막에서는 옥녀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며 "사실 제목은 최척전이 아니라 최척과 옥녀전이 되어야 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척과 옥녀'라는 제목은 너무 심심해 작품 내내 등장하고 둘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인 퉁소소리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고선웅 연출과 서울시극단은 지난 6월 공연한 '연안지대'에 이어 또 한 번 전쟁과 피난민을 다루는 작품으로 관객을 만난다. 이 작품을 선정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고 연출은 "아직도 뻔뻔하게 전쟁을 일으키는 위정자들의 모습을 보면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저는 전쟁에 정말 동의하지 않아요. 위정자들은 소파에 앉아 전쟁을 일으키죠. 하지만 그들은 전쟁에 나가지 않아요. 전장에 나서는 사람들은 누군가의 아버지고, 아들이죠. 전쟁 이면에 있는 비극적인 가족사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퉁소소리' 위해 15년 기다린 고선웅 "뻔뻔한 전쟁 속 민중 고통 담아"
작품의 주인공이면서 화자 역할을 하는 최척 역에는 원로 배우 이호재가 캐스팅됐다. 몇 달 전까지 연극 '햄릿'에서 선왕을 연기한 그는 '퉁소소리'에 대해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번역한 대본이지만 창작극은 우리말로 만들어져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원로 배우로서 함께 일하는 젊은 후배 배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격려의 말을 묻는 질문에는 손을 내저으며 "오히려 내가 격려받고 싶은 심정이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연극 '퉁소소리'는 오는 11월 1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