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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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전형적인 성장주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적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행보도 그렇다. 특히 장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던 미국의 생물보안법 관련 수혜가 벌써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와 눈길을 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1871억원, 영업이익 338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81%와 6.29% 늘었다. 실적 발표 직전 집계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매출 1조856억원과 영업이익 3054억원으로, 실제 실적은 이를 각각 9.2%와 10.87% 웃돌았다.

당초 증권가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분기 실적 자체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전망치를 수정하는 프리뷰(미리보기) 기간 초입인 이달 초엔 3081억원이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꾸준히 하향된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전년 동기에 코로나 보상금을 받아 이익 규모가 커진 역기저효과에 더해, 올해 3분기에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술료(마일스톤) 수입이 없었기 때문이다.

본업의 성장 속도가 증권가 예상을 뛰어넘어 역기저 효과를 상쇄했다는 평가다. 장민환 iM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공장(생산능력 18만L)의 상업화 생산이 본격화돼 추정치보다 빠른 램프업(가동률 상승)이 호실적을 견인했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마일스톤의 부재에도 유럽에서 새롭게 출시한 스텔라라(우스테키누맙) 바이오시밀러 및 솔리리스(에쿨리주맙) 바이오시밀러의 매출이 성장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예상을 웃도는 실적은 목표주가 상향으로 이어졌다.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리뷰(분석) 보고서를 낸 15개 증권사 중 미래에셋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을 제외한 13개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올렸다. 이에 따라 실적발표 전에는 116만5500원이던 목표주가 컨센서스가 126만1500원으로 치솟았다. 이를 바탕으로 한 시가총액 예상치를 계산하면 89조8760억원이 나온다. 현실화된다고 가정하면 LG에너지솔루션(24일 종가 기준 시총 95조1210억원)과 코스피 시가총액 3위 자리를 다퉈볼 만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분기 실적 리뷰를 통해 목표주가를 올리지 않은 미래에셋증권이 제시하는 목표주가는 135만원이다. 목표주가를 제시한 20개 증권사 중 가장 높다. 실적발표 직전인 지난 22일에 제시됐다.

지난 22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시아 지역 제약사와 1조7028억원 규모의 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단일 계약 기준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 규모 수주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부터 4공장과 5공장을 연계해 수주를 논의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며 "이번 수주 건은 5공장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5공장은 내년 4월 가동될 예정이다. 아직 지어지지 않은 공장에서 생산할 물량을 수주할 정도로 CMO 수주 환경이 좋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5공장 건설 현장. 2025년 4월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5공장 건설 현장. 2025년 4월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수주는 계약기간이 2037년까지로 길다"며 "파트너사가 향후 상업용 CMO 리액터(세포배양기)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을 감안해 조기 선점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이번 수주가 중국산 의약품을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미국이 제정하려고 하는 생물보안법의 수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눈길을 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컨퍼런스콜을 통해 생물보안법과 관련해 수주 문의가 기존보다 50%가량 늘었다고 언급한 걸 바탕으로,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상 최대 수주도 해당 트렌드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증권가에선 미 생물보안법 수혜를 중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분석에 힘을 실은 바 있다. 아직 법안이 시행되지 않았고, 새롭게 시작된 수주 논의가 계약으로 이어지기까지 1년여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CMO를 맡겨야 하는 글로벌 제약사는 증권가 전문가들이 예상보다 더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게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 규모 수주로 드러났다.

주가도 최고가 행진을 재개할지 주목된다. 지난 25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92% 오른 106만1000원에 마감했다. 최대 규모 수주를 공시한 지난 22일 장중 111만3000원으로 신고가를 쓴 뒤 24일까지 조정받았고, 25일에 강하게 반등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