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곤 실레의 '줄무늬 셔츠를 입은 자화상'(1910). /레오폴트 미술관
에곤 실레의 '줄무늬 셔츠를 입은 자화상'(1910). /레오폴트 미술관
오스트리아 출신의 천재 화가 에곤 실레(1890~1918)의 데스 마스크(사람이 숨진 뒤 얼굴을 석고 등으로 본뜬 안면상)가 영국 경매에서 약 3400만원(1만9000파운드)에 판매됐다. 사전 추정가의 10배에 가까운 가격이다.

25일 아트넷뉴스 등 미술 전문지에 따르면 이 데스마스크는 지난 23일 영국 경매 회사인 슬론 스트리트 옥션이 런던에서 연 경매에 출품됐다. 당초 예상 낙찰가가 180만~360만원(1000~2000파운드)이었지만 치열한 호가 경쟁 끝에 3400만원에 낙찰됐다.

해당 데스마스크는 오스트리아 조각가 구스티누스 암브로시가 만든 것으로, 석고 틀은 1918년 실레가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하고 이틀이 흐른 뒤 제작됐다. 평소 암브로시는 실레를 ‘표현주의의 라파엘로’라 부르며 깊이 존경했다고 한다. 훗날 암브로시는 인터뷰에서 석고 틀을 제작할 때의 기억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1918년 11월의 어느 아름다운 날, 저는 실레의 관을 열고 그의 넥타이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푸른 하늘 아래 햇살 속에서 그의 데스마스크를 위한 틀을 만들었습니다.”
에곤 실레의 데스마스크.
에곤 실레의 데스마스크.
암브로시는 이 석고 틀을 이용해 총 네 개의 데스마스크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나는 실레의 어머니를 위해, 하나는 자신을 위해, 하나는 실레의 재능을 처음 알아본 미술 평론가인 아서 뢰슬러를 위해, 하나는 실레의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리하르트 라니를 위해서였다. 석고 틀은 현재 오스트리아 빈의 레오폴트 미술관에 보관돼 있다. 슬론 스트리트 옥션은 “출품된 데스마스크가 이 중 어떤 버전인지는 모른다”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