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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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2주도 채 안 남은 시점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전국 지지율에서 근소한 차로 앞서기 시작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 토론회 이후 반짝 앞서가는 듯했으나 이후 이렇다 할 인상적인 공약을 내놓지 못한 데다, 특히 경제 부문에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긴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급등한 물가에 불만을 느끼는 이들이 많은 것도 경제 공약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해리스 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2%포인트 앞선 트럼프

미국 경제 전문 매체 포브스와 여론조사 기관 해리스X가 이달 21∼22일 이틀간 전국의 투표 의향 유권자 1244명을 상대로 실시해 23일 공개한 대선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51% 대 49%로 해리스 부통령에 앞섰다. 오차범위(±2.5% 포인트) 내 차이이긴 하지만 지난달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4% 포인트 차로 앞섰던 것과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 나가는 것은 다른 여론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9일부터 나흘간 미국 전역의 등록 유권자 1500명을 상대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47%)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45%)보다 2% 포인트 많았다. 이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후보에 포함한 결과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제외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양자 대결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49%로 해리스 부통령(46%)을 3%포인트 앞섰다. 지난 8월 WSJ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선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섰는데 이번에는 양상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부문에서 뒤처진 해리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율에서 치고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해리스 부통령의 경제 공약에 대해 유권자들이 만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긴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이미 15~20% 오른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영향도 크다. 미국의 9월 비농업 부문의 일자리가 25만 4000명 늘어나는 등 노동시장도 여전히 강한 것으로 나왔지만 미국인들의 체감 경기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침체(recession)’와 체감 경기를 뜻하는 ‘분위기(vibe)’를 합쳐서 ‘바이브 세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WSJ의 이번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공약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이라고 답한 유권자가 부정적이라고 답한 유권자보다 10% 포인트 많았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의 경제 공약에 대한 질문에는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긍정적이라는 응답보다 4% 포인트 많았다.

이 같은 정서는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시간 대학교 로스 경영대학원과 함께 지난 17일부터 닷새간 미국 유권자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의 44%가 경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더 신뢰한다고 답했으며, 해리스 부통령을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43%에 그쳤다. 응답자 중 45%는 자신이 경제적으로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만들어줄 후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택했는데 이는 전월 대비 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해리스 부통령을 선택한 유권자는 37%였다. 로스 경영대학원의 에릭 고든 교수는 “해리스 부통령이 이기려면 경제 외의 문제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