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KBS 연기대상 하겠나"…국민의 방송 '초비상' [엔터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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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KBS 연기대상 하나요?"
KBS 위기론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드라마 사업의 경우 "전멸"이라는 반응까지 있다. '1년 농사'라고 불리던 주말드라마와 '효자'라 칭해지던 일일드라마까지 무너지면서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이 가능할지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1년 동안 두 차례 명예퇴직과 희망퇴직으로 인력 유출이 이어진 만큼 KBS가 '국민의 방송'이라는 타이틀을 다시 얻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K-콘텐츠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인 KBS의 경쟁력은 "예전만 못하다"는 반응이다. 제작사에서 기획안을 만들었을 때, 가장 먼저 가는 곳이 글로벌 OTT 플랫폼이라고 한다면, KBS는 "방송사 중에서도 가장 늦게 가는 곳"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과거 "출연료를 깎아도 KBS에는 출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향력을 과시했던 공영방송의 위상이 급변하는 방송 환경에서 무너진 것.
한 KBS 출신 연출자는 "인력 유출이 장기간 계속됐고, 예산은 늘어나지 않았다"며 "월급 주기에만 급급한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춘 양질의 콘텐츠가 탄생하는 건 어렵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6월 발표한 '2023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지상파·PP(방송채널사용사업자)·SO·IPTV 등 사업자의 방송사업매출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방송사업매출은 18조9734억 원으로 2022년과 비교해 4.7%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지상파 방송사업매출은 3조7309억 원으로 2022년(4조1551억 원) 대비 10.2% 줄었다. SBS의 방송사업매출은 8191억 원으로 14.8%, MBC의 방송사업매출은 7300억 원으로 14% 하락했다. KBS의 방송사업매출은 1조3685억 원으로 6.9% 줄었다. MBC·SBS가 수년째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 달리, KBS는 2018년부터 매년 적자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위기론에 힘을 더했다.
또한 지난해 KBS는 2000년 이후 처음으로 광고매출 2000억 원대 선이 무너졌다. 2014년 5223억원과 비교해 62.3% 줄었다. 같은 기간 MBC가 54.5%, SBS가 34.2%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더 크다.
"지상파의 위기"라는 말이 나와도 SBS와 MBC의 상황은 다르다. SBS와 MBC 모두 평일 미니시리즈와 일일드라마를 없애고 금토드라마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SBS 금토드라마의 경우 '커넥션'과 '굿파트너', '지옥에서 온 판사'까지 흥행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열혈사제' 시즌2까지 공개를 앞둬 기대를 모으는 상황이다.
MBC 역시 '밤에 피는 꽃'을 시작으로 '원더풀 월드', '수사반장 1958', '우리, 집',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에 지난 11일 공개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까지 "웰메이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김남주, 한석규 등 반가운 연기파 배우들을 캐스팅하면서 작품성을 끌어올렸다.
반면 KBS 주말드라마의 경우 시청률도,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도 참혹한 수준이다. 시청률 30%(닐슨코리아, 전국 일일 시청률 기준)를 기본으로 잡던 '흥행보증수표' 주말드라마는 '현재는 아름다워', '삼남매가용감하게', '진짜가 나타났다'에 이어 '다리미 패밀리'까지 시청률 20%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KBS 주말드라마의 경우 50회 편성이 기본이었지만, '다리미 패밀리'의 경우 36부작으로 줄였음에도 이렇다 할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니시리즈는 더욱 참혹하다. 올해 KBS 월화드라마로 편성된 '환상연가', '멱살 한번 잡힙시다', '함부로 대해줘' 모두 1~2%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고, 하반기에 부활한 수목드라마 역시 '완벽한 가족'은 최고 시청률 3.1%, '개소리'는 4.6%에 그쳤다.
동영상 조회수, 포털과 SNS 언급량 등으로 집계되는 화제성에서도 밀리는 상황이 이어지는 만큼 KBS의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화제가 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흑백요리사:요리 계급전쟁'을 만든 스튜디오슬램 윤현준 대표를 비롯해 넷플릭스 '스위트홈' 시리즈 이응복 감독,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모완일 감독 등은 모두 KBS 출신이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이쪽 일이라는 게, 도제식으로 일하면서 배우는 건데 믿고 의지할 선배가 줄어드는 건 내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KBS의 훌륭한 연출자들은 지금 밖에서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이들을 보는 후배들 마음이 어떻겠나"라고 귀띔했다.
한편 KBS는 수신료 분리징수 등의 재정 위기를 이유로 두차례 명예퇴직에 이어 무급휴직도 예고됐다. KBS가 무급휴직을 이행하는 건 1973년 회사 창립 이래 처음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KBS 위기론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드라마 사업의 경우 "전멸"이라는 반응까지 있다. '1년 농사'라고 불리던 주말드라마와 '효자'라 칭해지던 일일드라마까지 무너지면서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이 가능할지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1년 동안 두 차례 명예퇴직과 희망퇴직으로 인력 유출이 이어진 만큼 KBS가 '국민의 방송'이라는 타이틀을 다시 얻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K-콘텐츠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인 KBS의 경쟁력은 "예전만 못하다"는 반응이다. 제작사에서 기획안을 만들었을 때, 가장 먼저 가는 곳이 글로벌 OTT 플랫폼이라고 한다면, KBS는 "방송사 중에서도 가장 늦게 가는 곳"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과거 "출연료를 깎아도 KBS에는 출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향력을 과시했던 공영방송의 위상이 급변하는 방송 환경에서 무너진 것.
한 KBS 출신 연출자는 "인력 유출이 장기간 계속됐고, 예산은 늘어나지 않았다"며 "월급 주기에만 급급한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춘 양질의 콘텐츠가 탄생하는 건 어렵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6월 발표한 '2023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지상파·PP(방송채널사용사업자)·SO·IPTV 등 사업자의 방송사업매출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방송사업매출은 18조9734억 원으로 2022년과 비교해 4.7%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지상파 방송사업매출은 3조7309억 원으로 2022년(4조1551억 원) 대비 10.2% 줄었다. SBS의 방송사업매출은 8191억 원으로 14.8%, MBC의 방송사업매출은 7300억 원으로 14% 하락했다. KBS의 방송사업매출은 1조3685억 원으로 6.9% 줄었다. MBC·SBS가 수년째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 달리, KBS는 2018년부터 매년 적자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위기론에 힘을 더했다.
또한 지난해 KBS는 2000년 이후 처음으로 광고매출 2000억 원대 선이 무너졌다. 2014년 5223억원과 비교해 62.3% 줄었다. 같은 기간 MBC가 54.5%, SBS가 34.2%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더 크다.
"지상파의 위기"라는 말이 나와도 SBS와 MBC의 상황은 다르다. SBS와 MBC 모두 평일 미니시리즈와 일일드라마를 없애고 금토드라마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SBS 금토드라마의 경우 '커넥션'과 '굿파트너', '지옥에서 온 판사'까지 흥행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열혈사제' 시즌2까지 공개를 앞둬 기대를 모으는 상황이다.
MBC 역시 '밤에 피는 꽃'을 시작으로 '원더풀 월드', '수사반장 1958', '우리, 집',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에 지난 11일 공개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까지 "웰메이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김남주, 한석규 등 반가운 연기파 배우들을 캐스팅하면서 작품성을 끌어올렸다.
반면 KBS 주말드라마의 경우 시청률도,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도 참혹한 수준이다. 시청률 30%(닐슨코리아, 전국 일일 시청률 기준)를 기본으로 잡던 '흥행보증수표' 주말드라마는 '현재는 아름다워', '삼남매가용감하게', '진짜가 나타났다'에 이어 '다리미 패밀리'까지 시청률 20%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KBS 주말드라마의 경우 50회 편성이 기본이었지만, '다리미 패밀리'의 경우 36부작으로 줄였음에도 이렇다 할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니시리즈는 더욱 참혹하다. 올해 KBS 월화드라마로 편성된 '환상연가', '멱살 한번 잡힙시다', '함부로 대해줘' 모두 1~2%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고, 하반기에 부활한 수목드라마 역시 '완벽한 가족'은 최고 시청률 3.1%, '개소리'는 4.6%에 그쳤다.
동영상 조회수, 포털과 SNS 언급량 등으로 집계되는 화제성에서도 밀리는 상황이 이어지는 만큼 KBS의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화제가 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흑백요리사:요리 계급전쟁'을 만든 스튜디오슬램 윤현준 대표를 비롯해 넷플릭스 '스위트홈' 시리즈 이응복 감독,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모완일 감독 등은 모두 KBS 출신이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이쪽 일이라는 게, 도제식으로 일하면서 배우는 건데 믿고 의지할 선배가 줄어드는 건 내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KBS의 훌륭한 연출자들은 지금 밖에서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이들을 보는 후배들 마음이 어떻겠나"라고 귀띔했다.
한편 KBS는 수신료 분리징수 등의 재정 위기를 이유로 두차례 명예퇴직에 이어 무급휴직도 예고됐다. KBS가 무급휴직을 이행하는 건 1973년 회사 창립 이래 처음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