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연값 뛰자 광산 기업 '돈 잔치'하는데…한국은 구경만 [원자재 이슈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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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와 산불로 일부 광산 생산 차질
원자재 수입 의존하는 한국은 '잭팟' 어려워
원자재 수입 의존하는 한국은 '잭팟' 어려워
비철금속 아연 가격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등락을 거듭하던 아연 가격은 지난달부터 다시 빠르게 상승해 작년 초 이후 20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캐나다의 제련소와 호주의 광산이 산불에 피해를 입는 등 공급망 곳곳에서 자연재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글로벌 아연 생산량의 약 50%를 차지하는 중국 제련소들은 지난달까지 자국 아연도금 강판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한 제련수수료(TC) 폭락으로 조업을 중단하는 등 제련 기업들에겐 복잡한 상황이다. 아연의 원재료인 아연 정광의 공급은 부족한 반면 글로벌 전체로 볼 때 제련소의 생산 용량은 많기 때문이다.
아연은 철, 알루미늄, 구리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금속으로 연간 생산량이 1400만t에 가까운 흔한 원자재다. 40~50%는 강판 부식을 막는 도금 재료로 쓰인다. t당 가격이 구리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으나 최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캐나다 광산 기업 테크리소시스(Teck Resources)의 트레일 제련소에서 지난달 24일 대형 화재가 발생해 공장이 일시 폐쇄된 것도 이달 들어 아연 가격이 더 오른 것은 원인으로 꼽힌다.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이 제련 시설은 업계에서 손꼽히는 대형 제련 단지로 지난해 26만6000t 이상의 정제 아연을 생산했다. 테크리소시스에 따르면 아연 시설의 4개 구역 중 한 곳의 가동이 중단됐다. 회사 측은 생산량이 12%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테크리소시스는 광산 기업인 동시에 제련 기업이다.
국제 납·아연 연구 그룹(International Lead and Zinc Study Group)의 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아연 원광 생산량은 올해 1~8월 기간에 4.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련된 아연의 생산량은 1% 감소하는 데 그쳤고, 향후엔 생산량이 더욱 가파르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연 원광 생산량의 부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시바니스틸워터(SBSW)는 호주 북동부 퀸즐랜드주의 센추리 아연 광산 주변에 산불이 나는 바람에 운영 중단됐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시바니스틸워터가 지난해 5월 뉴센추리리소시즈로부터 인수한 광산은 올해 초의 폭우로 피해가 발생했고 간신히 복구했으나 화재로 인해 수력발전소와 가공 공장, 기타 주요 공정을 연결하는 급수관을 비롯한 표면 배관 인프라가 광범위하게 손실됐다. 최소 한 달 이상 생산이 중단돼 4분기 생산량이 1만t에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했다. 연이은 불운으로 대부분 광산 기업들이 올들어 두 자릿수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와중에 이 회사 주가는 연초에 비해 10% 이상 하락했다.
당초 예상됐던 아연 광석의 신규 공급 증가도 차질을 빚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광산 기업 오제르노예(Ozernoye)는 서방의 제재로 인해 채굴 장비를 교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오제르노예는 생산된 광석을 분말 형태의 농축물로 만드는 부품을 적절히 교체하지 못해 생산을 개시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 측은 당초 글랜코어로부터 공급받을 예정이었던 부품을 현지 협력사와 함께 복제해 다음달부터 시운전을 시작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크리소시스는 지난 4월 고려아연의 제련 수수료를 2023년 t당 274달러(약 36만원)에서 40% 내린 165달러로 후려쳤다. 중국의 제련 용량은 남아돌고, 인도에서도 힌두스탄징크가 시설 확장에 나서고 있다. 제련을 할 곳은 많은데 원광 생산이 부족하면 자원을 가진 쪽이 갑이 된다. 기후변화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으로 자원 개발이 어려워지면서 자원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아연은 철, 알루미늄, 구리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금속으로 연간 생산량이 1400만t에 가까운 흔한 원자재다. 40~50%는 강판 부식을 막는 도금 재료로 쓰인다. t당 가격이 구리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으나 최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캐나다 아연 제련공장 화재로 공급 차질
27일 외신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지난 24일 아연 3개월물 선물은 4.5% 급등한 톤(t)당 최고 3284달러를 기록했다. 현물 가격도 이날 t당 3237.5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주 아연 현물이 3개월물 선물에 비해 t당 24.09달러 이상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등 백워데이션 현상(물량이 부족하다는 신호)이 나타나자 기업들이 아연을 미리 확보해 놓으려는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한 탓으로 분석된다. 투기 수요가 몰리는 조짐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지난 23일 LME 데이터를 인용해 14~18일 사이 한 기관이 아연 재고의 11월 인도분 계약의 40%를 인수하고, 한 개인이 아연 거래소 현물 재고의 50~80%를 매입하는 등의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전했다.캐나다 광산 기업 테크리소시스(Teck Resources)의 트레일 제련소에서 지난달 24일 대형 화재가 발생해 공장이 일시 폐쇄된 것도 이달 들어 아연 가격이 더 오른 것은 원인으로 꼽힌다.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이 제련 시설은 업계에서 손꼽히는 대형 제련 단지로 지난해 26만6000t 이상의 정제 아연을 생산했다. 테크리소시스에 따르면 아연 시설의 4개 구역 중 한 곳의 가동이 중단됐다. 회사 측은 생산량이 12%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테크리소시스는 광산 기업인 동시에 제련 기업이다.
아연 광산에도 산불...원광 생산도 부족
아연 가격이 오른 것은 화재 사고와 투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당수 광산의 생산 차질과 가동 중단으로 아연 원료 광석의 공급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아연 정광 가격 하락으로 아일랜드 타라 광산과 포르투갈 알저스트렐 광산 등이 가동을 멈췄다. 네덜란드 니르스타(Nyrstar)도 지난해 11월 미국 테네시주 아연 광산을 일시 폐쇄했다. BMO 캐피털마켓의 콜린 해밀턴 원자재 리서치부문 전무는 블룸버그통신에 "수급 상황이 타이트해진 것은 투기 수요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원료 광석 공급이 줄어들어서일 수도 있다"며 "아연 시장은 기본 금속 가운데 가장 공급의 여유가 부족하다"고 말했다.국제 납·아연 연구 그룹(International Lead and Zinc Study Group)의 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아연 원광 생산량은 올해 1~8월 기간에 4.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련된 아연의 생산량은 1% 감소하는 데 그쳤고, 향후엔 생산량이 더욱 가파르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연 원광 생산량의 부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시바니스틸워터(SBSW)는 호주 북동부 퀸즐랜드주의 센추리 아연 광산 주변에 산불이 나는 바람에 운영 중단됐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시바니스틸워터가 지난해 5월 뉴센추리리소시즈로부터 인수한 광산은 올해 초의 폭우로 피해가 발생했고 간신히 복구했으나 화재로 인해 수력발전소와 가공 공장, 기타 주요 공정을 연결하는 급수관을 비롯한 표면 배관 인프라가 광범위하게 손실됐다. 최소 한 달 이상 생산이 중단돼 4분기 생산량이 1만t에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했다. 연이은 불운으로 대부분 광산 기업들이 올들어 두 자릿수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와중에 이 회사 주가는 연초에 비해 10% 이상 하락했다.
당초 예상됐던 아연 광석의 신규 공급 증가도 차질을 빚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광산 기업 오제르노예(Ozernoye)는 서방의 제재로 인해 채굴 장비를 교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오제르노예는 생산된 광석을 분말 형태의 농축물로 만드는 부품을 적절히 교체하지 못해 생산을 개시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 측은 당초 글랜코어로부터 공급받을 예정이었던 부품을 현지 협력사와 함께 복제해 다음달부터 시운전을 시작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원 개발 못한 한국은 '구경만'
공급망에서 제련 부분을 담당한 한국의 고려아연 역시 아연 가격 상승으로 한숨을 돌릴 전망이다. 중국 수요가 쪼그라든 가운데 때마침 원광 생산 감소 등으로 아연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된 혜택은 받지 못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테크리소시스를 비롯해 트라피구라와 글랜코어, 뉴몬트 자회사인 멕시코 미네라 페라스키토(Minera Penasquito) 등에 원광 수급을 의존하는 탓에 이들과의 협상으로 마진(TC)이 결정되기 때문이다.테크리소시스는 지난 4월 고려아연의 제련 수수료를 2023년 t당 274달러(약 36만원)에서 40% 내린 165달러로 후려쳤다. 중국의 제련 용량은 남아돌고, 인도에서도 힌두스탄징크가 시설 확장에 나서고 있다. 제련을 할 곳은 많은데 원광 생산이 부족하면 자원을 가진 쪽이 갑이 된다. 기후변화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으로 자원 개발이 어려워지면서 자원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