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사고 내고 "차에서 마셨다"...공직 날린 50대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낸 뒤 "차 안에서 담금주를 마셨다"며 발뺌한 50대 공무원이 2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아 공직을 잃을 처지가 됐다.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25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54)씨가 낸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원주시청 공무원인 A씨는 2021년 12월 9일 새벽 2시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자택 주차장까지 1.2㎞를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상태로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해 평행주차를 하다 주차된 차와 접촉 사고를 내고는 차에서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는 같은 날 오전 7시 47분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6시간 가까이 그 자리에 있었다.



경찰은 손가락에 담배를 끼운 상태로 잠이 든 A씨의 모습과 차량 시동이 완전히 꺼지지 않아 배터리가 방전된 상황을 보고 음주를 의심했다. 경찰이 측정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2%였다.

A씨는 당시 '사건 전날 장례식장에서 소주 2병을 마셨다. 공무원이니 한 번 봐달라'며 경찰관에게 읍소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11일이 지난 뒤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A씨는 이를 번복했다. "접촉 사고 후 차 안에서 담금주를 마셨을 뿐 술을 마시고 운전하지 않았다"며 발뺌한 것이다.

경찰은 A씨가 장례식장에서 술을 마셨다는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2022년 6월 A씨 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했다.

검찰은 사건 관련 여러 석연치 않은 점 등을 토대로 재수사를 요청했고, 사건 발생 1년 5개월 만인 지난해 5월 송치받아 그해 7월 A씨를 법정에 세웠다.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담근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인삼주를 접촉 사고 직후 차 안에서 마셨다는 변명이 이례적인 점, 공간이 충분한데도 평행 주차하느라 4분간 전·후진을 반복하다 사고를 낸 점 등을 미뤄 이미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위드마크 공식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A씨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적용해도 처벌 대상인 0.03% 이상의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했다는 공소사실이 증명됐다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내렸다.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지방공무원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확정된 공무원은 당연퇴직한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