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K패션의 남다른 성공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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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발란스·노스페이스 등
韓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후
글로벌 시장서 큰 폭 성장
하청→ODM→라이선스
진화 거듭한 한국 기업들
브랜드 사업으로 꽃피워
안재광 유통산업부 차장
韓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후
글로벌 시장서 큰 폭 성장
하청→ODM→라이선스
진화 거듭한 한국 기업들
브랜드 사업으로 꽃피워
안재광 유통산업부 차장
뉴발란스와 노스페이스는 올해 한국에서 매출 1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단일 패션 브랜드로 국내에서 매출 1조원을 넘긴 사례는 나이키밖에 없었다. 주목되는 건 모두 미국 브랜드지만, 한국 기업이 성장을 뒷받침하거나 주도했다는 점이다.
나이키는 한국의 제조 기술에 의존했다. 나이키는 세계 곳곳에 700여 개 하청 공장을 두고 있는데 이 중 35곳이 한국에 있다. 중국, 베트남의 하청 공장 상당수도 한국 기업이 운영한다. 나이키가 제품 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을 맡고 한국은 제조를 담당하는 구조다. 한국은 비록 나이키 같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키워내진 못했지만, 그 브랜드의 조력자가 돼 함께 성장하는 길을 택했다. 뉴발란스와 노스페이스는 제조만 맡기지 않았다. 브랜드를 가져다 쓸 수 있는 라이선스 권한까지 한국 기업에 부여했다. 뉴발란스는 2008년 이랜드에 한국 내 독점 판매권을 내주며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이랜드가 당시 운동화 위주인 뉴발란스의 상품 구색을 옷, 가방, 액세서리로 확장하면 매출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 전략은 그대로 적중했다. 라이선스 계약 당시 200억원에 불과하던 뉴발란스의 한국 매출은 지난해 약 9000억원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신발 이외의 패션 상품에서 나왔다. 뉴발란스는 운동화 브랜드에서 종합 패션 브랜드로 성장했다.
영원무역과 손잡은 노스페이스도 제조 하청만 맡기지 않았다. 영원무역은 2002년 자회사 영원아웃도어를 통해 한국 판매, 그리고 라이선스 계약까지 맺었다. 노스페이스가 200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은 영원무역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는 비단 뉴발란스, 노스페이스만의 스토리는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을 찾아가 MLB 상표권을 확보한 뒤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성장시킨 F&F, 미국 월트디즈니 산하 내셔널지오그래픽 브랜드 라이선스로 단숨에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강자가 된 더네이쳐홀딩스, 일본 캠핑 브랜드 스노우피크를 패션에 접목한 감성코퍼레이션 등 최근 10여 년간 비슷한 사례가 줄을 이었다. 타이틀리스트, PXG 등 글로벌 골프 브랜드의 패션사업도 한국 기업들이 라이선스를 통해 시도한 것이다.
한국이 브랜드 라이선스 사업을 워낙 잘하다 보니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 역으로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 월트디즈니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과거 여간해선 IP를 기업에 잘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들의 브랜드인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이례적으로’ 크게 성공하자 한국을 예외로 뒀다. 패션과 뷰티, 가구 등으로 협업 범위를 계속 넓혔다. 질 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소비재사업부 총괄은 “전 세계에 디즈니 상품을 확산하는 데 한국 기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을 치켜세웠다.
미국 파라마운트도 최근 신세계에 선뜻 IP를 내줬다. 신세계가 2029년까지 경기 화성시에 짓기로 한 테마파크에 자신들의 IP를 쓰게 해준 것이다. 미션임파서블, 탑건, 스타트렉, 닌자거북이 등 파라마운트의 글로벌 흥행작이 신세계 테마파크의 ‘테마’로 쓰일 전망이다. 이 구상이 실현되면 한국에도 디즈니랜드, 유니버설스튜디오 같은 세계적인 테마파크가 생긴다.
한국인의 브랜드 사랑은 유별나다. 브랜드 ‘끝판왕’인 해외 명품은 한국인의 1인당 소비액이 세계 1위다. 2022년 기준 325달러에 달해 국민소득이 한국의 두 배인 미국인(280달러)보다 많다. 이를 두고 ‘사치 근성’이란 비판도 일부 있으나 브랜드에 대한 한국인의 높은 ‘감수성’은 뉴발란스, 노스페이스, MLB, 내셔널지오그래픽, 스노우피크 등을 키워내기도 했다.
나이키가 될 것인가, 나이키 하청업체가 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쾌할 것 같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나이키는 고사하고 하청업체가 되는 것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간신히 따낸 하청 일감에 만족하지 않고 제조에 디자인, 설계까지 맡은 ODM(제조업자개발생산)으로 진화했다. 또 여기서 더 나아가 라이선스를 통해 브랜드 사업의 꽃을 피웠다. 비록 나이키가 되진 못했지만 나이키 버금가는 브랜드를 여럿 만들어냈다. 요즘 나이키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다가 한국 기업이 나이키를 넘어선 라이선스 브랜드를 만들어낼지도 모르겠다.
나이키는 한국의 제조 기술에 의존했다. 나이키는 세계 곳곳에 700여 개 하청 공장을 두고 있는데 이 중 35곳이 한국에 있다. 중국, 베트남의 하청 공장 상당수도 한국 기업이 운영한다. 나이키가 제품 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을 맡고 한국은 제조를 담당하는 구조다. 한국은 비록 나이키 같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키워내진 못했지만, 그 브랜드의 조력자가 돼 함께 성장하는 길을 택했다. 뉴발란스와 노스페이스는 제조만 맡기지 않았다. 브랜드를 가져다 쓸 수 있는 라이선스 권한까지 한국 기업에 부여했다. 뉴발란스는 2008년 이랜드에 한국 내 독점 판매권을 내주며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이랜드가 당시 운동화 위주인 뉴발란스의 상품 구색을 옷, 가방, 액세서리로 확장하면 매출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 전략은 그대로 적중했다. 라이선스 계약 당시 200억원에 불과하던 뉴발란스의 한국 매출은 지난해 약 9000억원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신발 이외의 패션 상품에서 나왔다. 뉴발란스는 운동화 브랜드에서 종합 패션 브랜드로 성장했다.
영원무역과 손잡은 노스페이스도 제조 하청만 맡기지 않았다. 영원무역은 2002년 자회사 영원아웃도어를 통해 한국 판매, 그리고 라이선스 계약까지 맺었다. 노스페이스가 200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은 영원무역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는 비단 뉴발란스, 노스페이스만의 스토리는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을 찾아가 MLB 상표권을 확보한 뒤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성장시킨 F&F, 미국 월트디즈니 산하 내셔널지오그래픽 브랜드 라이선스로 단숨에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강자가 된 더네이쳐홀딩스, 일본 캠핑 브랜드 스노우피크를 패션에 접목한 감성코퍼레이션 등 최근 10여 년간 비슷한 사례가 줄을 이었다. 타이틀리스트, PXG 등 글로벌 골프 브랜드의 패션사업도 한국 기업들이 라이선스를 통해 시도한 것이다.
한국이 브랜드 라이선스 사업을 워낙 잘하다 보니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 역으로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 월트디즈니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과거 여간해선 IP를 기업에 잘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들의 브랜드인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이례적으로’ 크게 성공하자 한국을 예외로 뒀다. 패션과 뷰티, 가구 등으로 협업 범위를 계속 넓혔다. 질 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소비재사업부 총괄은 “전 세계에 디즈니 상품을 확산하는 데 한국 기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을 치켜세웠다.
미국 파라마운트도 최근 신세계에 선뜻 IP를 내줬다. 신세계가 2029년까지 경기 화성시에 짓기로 한 테마파크에 자신들의 IP를 쓰게 해준 것이다. 미션임파서블, 탑건, 스타트렉, 닌자거북이 등 파라마운트의 글로벌 흥행작이 신세계 테마파크의 ‘테마’로 쓰일 전망이다. 이 구상이 실현되면 한국에도 디즈니랜드, 유니버설스튜디오 같은 세계적인 테마파크가 생긴다.
한국인의 브랜드 사랑은 유별나다. 브랜드 ‘끝판왕’인 해외 명품은 한국인의 1인당 소비액이 세계 1위다. 2022년 기준 325달러에 달해 국민소득이 한국의 두 배인 미국인(280달러)보다 많다. 이를 두고 ‘사치 근성’이란 비판도 일부 있으나 브랜드에 대한 한국인의 높은 ‘감수성’은 뉴발란스, 노스페이스, MLB, 내셔널지오그래픽, 스노우피크 등을 키워내기도 했다.
나이키가 될 것인가, 나이키 하청업체가 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쾌할 것 같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나이키는 고사하고 하청업체가 되는 것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간신히 따낸 하청 일감에 만족하지 않고 제조에 디자인, 설계까지 맡은 ODM(제조업자개발생산)으로 진화했다. 또 여기서 더 나아가 라이선스를 통해 브랜드 사업의 꽃을 피웠다. 비록 나이키가 되진 못했지만 나이키 버금가는 브랜드를 여럿 만들어냈다. 요즘 나이키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다가 한국 기업이 나이키를 넘어선 라이선스 브랜드를 만들어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