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패션 브랜드 코치의 모회사 태피스트리가 마이클코어스, 베르사체 등을 운영하는 카프리홀딩스를 85억달러(약 12조원)에 인수하려던 시도가 무산됐다. 연방법원이 합병 거래를 중단한다는 가처분 명령을 내리면서 카프리홀딩스 주가는 반 토막 났다.

제니퍼 로숀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 판사는 24일(현지시간)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태피스트리의 카프리 인수를 막아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FTC 측 손을 들어줬다. 로숀 판사는 법정에서 한 경제학자 분석을 인용해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59%에 이른다”며 “시장에서 위험 수준으로 간주하는 비율인 30%보다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FTC는 지난 4월 태피스트리의 카프리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중저가형 명품 패션 시장에서 태피스트리가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FTC는 양사가 합병하면 브랜드 간 직접 경쟁이 사라져 소비자들이 저렴한 핸드백을 구매하기 어렵고, 합병 기업이 관련 업계 노동자의 임금 수준과 복리후생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로숀 판사는 “핸드백 시장이 광범위하다고 해도 중저가형 하위 시장은 존재한다”며 FTC 논리를 옹호했다. 법정에서 두 회사는 핸드백 시장이 매우 경쟁적이라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패션산업에서 경쟁당국 제동으로 인수합병이 무산된 것은 드문 사례라며 전 세계 패션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케링 등은 연쇄적 인수로 몸집을 불린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이날 법원 결정이 나온 후 뉴욕증시 시간 외 거래에서 태피스트리 주가는 14.01% 급등하고 카프리홀딩스는 45.07% 폭락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