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석 달 이상 장기 거주자 기준)이 지난해 기준 246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를 경신했다. 대구 인구(237만9188명)를 웃도는 숫자다. 국내 인구의 4.8% 수준으로 100명 중 5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총인구 중 외국인 주민 비율이 5%를 넘으면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한다. 아시아 첫 다문화 국가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농업과 조선, 건설 등 산업 현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대학도 외국인 유학생 없이는 운영이 어려울 정도다. 전국 228개 기초지방자치단체(시·군·구) 중 절반이 넘는 118곳이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이처럼 인구 절벽의 끝에 서 있는 한국에 외국 인력 유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우리나라 인적 구성과 문화 지형의 대변화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외국인 실태조사나 동향 파악도 제대로 안 돼 ‘불법체류자의 천국’이 돼가고 있다. 그동안 부족한 인력 공급에만 집중한 탓에 사회·문화적 통합 관리도 부재하다. 기존 외국 인력 유치 중심의 이민정책을 체류, 영주, 귀화 등 전 과정에서 이들이 우리 사회에 녹아들도록 하는 사회 통합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럼에도 체계적인 이민정책 수립부터 갈등 관리까지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이민청 설립 법안이 국회에서 잠만 자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국민 포용성을 높이는 일도 시급하다. 여성가족부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100점 만점에 52.27점으로 2015년(53.95점) 2018년(52.81점) 조사 때보다 오히려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주민이 급속히 늘면 차별 문제를 비롯해 이민자의 사회 부적응 등으로 인한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유럽 여러 나라에 격화하는 외국인 혐오 등 인종적·문화적 갈등이 남일 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