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정읍·고창)이 대기업에 농어촌 기부를 사실상 의무화하는 법안을 그제 대표발의해 무리한 입법 추진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농어촌을 지원한다는 명분이지만 사실상 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준조세를 더 걷겠다는 의미다. 문제 법안은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다. 2017년 설치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조성을 확대·강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농어촌기금은 FTA로 이득을 본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자율로 연간 1000억원씩 내 2026년까지 총 1조원을 마련한다는 게 목표다. 하지만 올해 8월까지 조성된 규모는 2449억원이었다. 당연한 결과다. 애초 농어촌 표만 바라보고 기업 얘기를 듣지 않은 채 출발한 탓이다. 우선 기업이 FTA로 이득을 봤는지 자체를 따지기가 쉽지 않다. 매출과 이익이 늘어난 것이 연구개발(R&D) 덕인지, 신사업 덕인지, FTA 덕인지 어떻게 정확히 알 수 있겠는가. 설령 FTA 덕을 봤다고 하더라도 FTA 기여분을 산정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또 이익이 늘어난 만큼 세금을 더 냈으므로 추가로 기금에 출연하라는 건 과도한 요구다.

그런데 윤 의원은 기업 자율에 맡겨서 기금이 안 모인다는 황당한 결론을 내리고 기업 압박 강도를 높이는 작업에 나섰다. 기금 조성 기간을 20년으로 늘리고 규모도 총 2조원으로 높이자고 한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기준 이상 수혜를 보는 기업에 매년 매출의 0.005% 이상 출연하도록 노력 의무를 부과하겠다고 한다. 10대 그룹 계열사 등 대기업이 대상이다. 이 기업들이 기금에 돈을 제대로 내지 않으면 노력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고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게 법조인들의 해석이다.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FTA로 타격을 받은 분야와 업종이 있다면 사업과 고용 전환을 유도하는 게 바른 해법이다. 농촌의 재배 품목 다변화도 그중 하나다. 피해가 심각하다면 일시 피해보전지원금을 지급할 수도 있다. 물론 정부가 세금으로 할 일이다. 언제까지 이 같은 정도(正道)를 무시하고 기업을 겁박해 돈을 뜯어낼 심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