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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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을 열흘가량 앞둔 시점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전국 지지율에서 근소한 차로 앞서기 시작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 토론회 이후 반짝 앞서가는 듯했으나 이후 이렇다 할 인상적 공약을 내놓지 못한 데다 특히 경제 부문에서 유권자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 바이든 정부 들어 급등한 물가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 경제 공약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해리스 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한 달 새 해리스 앞지른 트럼프

'바이브 세션'에 발목잡힌 해리스, 트럼프에 전국 지지율 밀렸다
2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전문 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이 매체와 여론조사 기관 해리스X가 지난 21∼22일 이틀간 전국 투표 의향 유권자 1244명을 상대로 실시한 대선 지지율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1% 대 49%로 해리스 부통령에게 앞섰다. 오차 범위(±2.5% 포인트) 내 차이긴 하지만 지난달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4%포인트 차로 앞선 것과 분위기가 달라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 나가는 것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부터 나흘간 미국 전역 등록 유권자 150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47%)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45%)보다 2%포인트 높았다. 이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후보에 포함한 결과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제외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간 양자 대결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49%로 해리스 부통령(46%)을 3%포인트 앞섰다. 8월 WSJ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선 것과 달리 이번에는 양상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부문에서 뒤처진 해리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율에서 치고 올라갈 수 있던 것은 바이든 정부 아래 경제 상황에 유권자들이 만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 들어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긴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이미 15~20% 올라 유권자들이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대선 TV토론에서 “바이든과 해리스 정부가 만들어낸 인플레이션이 미국을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9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25만4000명 늘어나는 등 노동시장이 견고하고 주가도 연일 상승세지만 미국인의 체감 경기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바이브 세션’ 현상이 나타난다. 바이브 세션은 ‘침체(recession)’와 체감 경기를 뜻하는 ‘분위기(vibe)’를 합친 말이다. 이 같은 상황이 현 정부에서 부통령을 맡고 있는 해리스 경제 정책에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WSJ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경제 공약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이라고 답한 유권자 비율이 부정적이라고 답한 유권자 비율보다 10%포인트 높았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의 경제 공약에 대한 질문에는 부정적이라는 응답 비율이 긍정적이라는 응답률보다 4%포인트 높았다.

이 같은 정서는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시간대 로스 경영대학원과 함께 지난 17일부터 닷새간 미국 유권자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의 44%가 경제 문제를 다루는 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더 신뢰한다고 답했으며, 해리스 부통령을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43%에 그쳤다. 응답자 중 45%는 자신이 경제적으로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만들어줄 후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택했는데 이는 전월 대비 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해리스 부통령을 선택한 유권자는 37%였다.

에릭 고든 로스 경영대학원 교수는 “해리스 부통령이 이기려면 경제 외 문제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