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주가가 주당순자산가치(BPS)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모든 자산을 장부가치로 청산한 청산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 반면 호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3개월 만에 ‘20만닉스’로 복귀했다. ‘반도체 투톱’의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삼성전자 주가 하락세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3거래일 연속 순매도한 외국인

'20만닉스' 컴백한 날…장부가치 밑으로 떨어진 삼전
25일 삼성전자는 1.24% 떨어진 5만5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3233억원어치 팔아치웠다. 33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다. 특히 이날 삼성전자 종가는 올해 실적 추정치 기준 BPS(5만6413원)마저 밑돌았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기업의 전체 청산가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주가가 급락했다는 얘기다.

반면 SK하이닉스는 1.41% 상승한 20만1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7월 24일 이후 3개월 만에 20만원을 다시 돌파했다. 전날 7조원이 넘는 3분기 영업이익과 낙관적인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전망을 발표하며 시장을 안심시킨 것이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 하나 신영 유안타 등 증권사들은 이날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했다.

특히 지난달 ‘겨울이 곧 닥친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대폭 하향한 모건스탠리도 지난 24일 추가 보고서를 통해 “단기 전망이 틀렸다”고 반성문을 썼다. 목표주가를 12만원에서 13만원으로 1만원 올렸다.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1조7597억원어치 순매수하고 있다.

두 반도체 기업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AI 경쟁력 차이가 갈수록 부각되고 있어서다. 8월 5일 ‘블랙먼데이’ 당시 하락률은 삼성전자 10.3%, SK하이닉스 9.87%로 큰 차이가 없었다. 폭락의 전조를 보인 같은 달 2일까지 범위를 넓히면 각각 14.1%, 19.2%로 SK하이닉스의 하락폭이 더 컸다. 당시엔 AI용 반도체 수요에 대한 의구심이 급락세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이후 엔비디아 주가가 빠르게 반등하고 AI 투자 수요가 재확인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흐름은 엇갈리기 시작했다. 8월 6일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21.7% 급락했지만 SK하이닉스는 28.8% 급등했다.

○“삼성전자 있는 코스피 떠나자”

코스피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부진하면서 외국인의 ‘코리아 패싱’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한국 대신 대만과 중국 등 인접국으로 외국인 자금이 쏠리는 것이다. 대만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대만 증시에는 이달 들어 전날까지 외국인 투자 자금이 616억3929만대만달러(약 2조6671억원)어치 순유입됐다. 반면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538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대만 ‘대장주’이자 삼성전자의 라이벌 TSMC가 깜짝 실적 발표로 업황 우려를 잠재우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부터 전날까지 TSMC의 외국인 지분율은 73.59%에서 73.86%로 늘었다. 반면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같은 기간 56.02%에서 52.93%로 급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외국인 매도세가 과도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삼성전자가 AI와 관련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건 맞지만 청산가치 아래로 주가가 내려간 것은 누가 봐도 과도한 수준”이라며 “밸류에이션을 감안하면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맹진규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