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김범준 한국경제신문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김범준 한국경제신문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5일(현지시간)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원·달러 환율에 대해 "타깃(특정한 환율 목표치)보다 변동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워싱턴 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연차 총회에 참석한 뒤 한국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환율이 너무 빨리 절상 또는 절하되지 않는지에 주목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 총재는 이어 외환시장 개입 여부에 대해 "환율이 어느 속도를 넘어서서 박스권을 벗어나면 조정이 필요한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4월의 원·달러 환율 급등 당시 "시장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최근의 변동성은 다소 과도하다"며 "환율 변동성이 계속될 경우 우리는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으며, 그렇게 할 충분한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말하는 등 선명한 개입 메시지를 낸 바 있다.

그에 반해 이날 이 총재 간담회 발언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직 한은이 4월과는 달리 원론적인 기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원·달러 환율 상승의 배경면에서 당시와 지금이 다른 데다, 11월 5일 미국 대선이라는 중요 변수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4월의 경우 중동 사태 악화 속에 유독 일본 엔화 약세 경향과 동반해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는 등 상황이 국지적이었던 반면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세계적으로 강달러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으로 보인다.

최근 전 세계 외환시장에서의 달러화 강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과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재집권 시 그가 공약한 미국의 관세 확대 정책 도입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강화 및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데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때문에 한은은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와, 이어진 11월 6∼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지켜본 뒤 외환시장 개입이 필요한지 여부 등을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나란히 미국을 방문 중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달러에 대한 원화 약세가 가파르다는 지적에 대해 "글로벌 '강(强)달러' 현상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약세 속도가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면이 있어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뒤 "환율 변동성을 각별히 주시하고 있기에 '쏠림 현상'이 있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시간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일보다 8.5원 상승한 1388.7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 7월 3일(1390.6원) 이후 가장 높은 것이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