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필과 조성진, 농도짙은 앙상블로 빚어낸 환상의 하모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한국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협연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와 '젊은 거장'의 만남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으로 완벽한 하모니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한국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협연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와 '젊은 거장'의 만남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으로 완벽한 하모니

이들은 90여 분간 관객들의 부푼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는 음악을 선보였다. 빈 필하모닉과 조성진은 피아노와 관현악의 물리적 결합을 넘어선 ‘화학적 결합’ 수준의 농도짙은 앙상블로 관객을 빨아들였다. 마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하나가 된 듯, 이들이 선사한 하모니는 유기적이었다. 오케스트라의 교향시 연주로 채워진 2부에서는 빈 필하모닉 만의 색채가 짙게 묻어난 프로그램과 독보적인 음색으로 관객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첫 곡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이었다. 피아니스트 개인의 기량도 뛰어났지만, 더 놀라웠던 건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맞추는 앙상블이었다.
1악장에서 오케스트라가 베이스라인을 강조하면, 협연자 조성진 역시 베이스라인을 더욱 강하게 연주하며 대화를 함께 했다. 특히 2악장에서 피아노와 플롯이 만드는 대화는 최고의 1분이었다. 플투트가 데크레셴도로 소리를 천천히 줄여나갈 때, 조성진 역시 그쪽을 바라보며, 단계별로 아주 세밀하게 음량을 맞추고, 플루트 단원의 호흡까지 고려해 그 순간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앙상블을 만들었다.


빈필의 색깔로 그려낸 ‘영웅의 생애’
2부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였다. 앙상블이 흔들리며 다소 산만하게 시작했으나, 이내 바로 잡으며 높은 수준의 ‘영웅의 생애’를 보여주었다. 이날이 빈 필의 최고 수준의 앙상블은 아니었지만, 빈 필의 색깔로 그려진 ‘영웅의 생애’라는 점에서 특별했다.

그런 이유로 지난 23일 빈 필하모닉이 들려준 말러 교향곡 5번도 그랬지만, 감정적인 카타르시스의 순간보다도, 다음 악구로 넘어가는 순간순간이 아름다웠고 경이로웠다. 자연스럽게 각 개별 단원들이 가진 뛰어난 역량이 발휘될 수 있었고, 관객들은 빈 필이 가진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