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사진=뉴스1
프랑스 프로축구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뛰는 국가대표 미드필더 이강인(사진)이 소속팀 훈련장에서 팬으로부터 인종차별 발언을 들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누리꾼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현지시각) PSG를 중심으로 프랑스 축구 소식을 전하는 사이트 ‘메이드인 파리지앵’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PSG의 팬 공개 훈련장에서 찍힌 영상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라왔다.

영상을 보면, 선수들은 팬들에게 가서 하이파이브를 하며 차례로 지나갔다. 이강인이 지나갈 때 “가자, 중국인(Allez mon Chinois)”이라는 발언이 나왔다. 아시아인의 국적을 가리지 않고 ‘중국인’이라고 지칭하는 건 인종차별적 용어다. 서양인들이 보기에 동양인들의 외모가 비슷하다는 취지의 발언이기 때문이다.

해당 영상 댓글에는 “이강인은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다” “이강인을 존중하라” “훈련장에서 인종차별이 일어나다니 더 충격적이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프랑스 매체들도 이를 인종차별로 인식했다. 프랑스 축구 전문지 ‘온세 몬디알’은 “이강인이 훈련 중 PSG 팬으로부터 인종차별적 모욕을 당했다”며 “끔찍한 행동이다. 축구에서 용납될 수 없는 혐오스러운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트리부나 닷컴’은 “이강인은 PSG 팬의 인종차별적 모욕의 피해자다. 이 사건으로 프랑스 축구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며 “정부 당국은 이러한 언어 폭력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이강인이 중국인으로 불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강인은 지난해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뛰던 시절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에게 훈련 도중 “치노(Chino)”라는 말을 들었다. 이강인은 과거 유튜브 채널 ‘슛포러브’에 출연해 “어디를 가든 중국인들이 많으니까 동양인에게 치노라고 한다”며 인종차별 사례를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이강인뿐만 아니라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들은 인종차별을 겪었다. 토트넘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탕쿠르는 지난 7월 자국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에서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고 말해 잉글랜드축구협회로부터 부정행위 혐의로 기소됐다.

잉글랜드 울버햄프턴 소속의 황희찬은 지난 7월 코모 1907(이탈리아)과의 연습경기에서 상대 선수였던 마르코 쿠르토에게서 “무시해. 황희찬은 스스로를 재키 챈(중국 액션 영화배우 청룽)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울버햄프턴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공식 항의했고, 쿠르토는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