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판 된 K뷰티 브랜드사업…산업 활황에도 M&A는 부진"
“K뷰티산업이 활황을 맞았는데도 인수합병(M&A)이 예상보다 부진한 것은 사업의 갬블(도박)화 징후 때문입니다.”

송지연 보스턴컨설팅그룹코리아 소비재 부문 대표 파트너(사진)는 지난 25일 기자와 만나 최근 K뷰티산업을 이같이 분석했다. 그는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에서 수많은 브랜드가 명멸(인앤드아웃)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갑자기 확 떴다가 느닷없이 망해버리는 사례가 속출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 등 투자업계가 화장품 기업을 인수해 키운 뒤 차익을 남기고 팔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송 파트너는 화장품뿐만 아니라 패션 등 소비재산업의 진입장벽도 과거보다 크게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제조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에 맡기고, 마케팅은 SNS 등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하는 시대”라며 “제조 시설을 갖추고 TV 광고를 해야 했던 과거보다 현저히 적은 투자로도 브랜드 출시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 코카콜라를 찾는 빅브랜드 시대는 끝났다. 스몰브랜드 전성 시대가 열렸다”고 했다.

송 파트너는 스몰브랜드 시대가 열린 것은 소비 주축인 젊은 세대의 소비 패턴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내외 젊은 세대는 ‘소유의 소비’가 아니라 ‘경험 소비’를 추구하기 때문에 새 브랜드에 거리낌이 없고 오히려 새로운 시도를 즐긴다”며 “이는 단연 SNS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송 파트너는 “향후 스몰브랜드 트렌드를 기반으로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같은 새로운 사업 유형이 국내에서도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랜드 애그리게이터란 다수 브랜드를 인수해 운영과 마케팅의 효율화를 꾀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사업 모델로, 미국과 유럽 등에선 이미 발달해 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