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 민간에서 화답할 차례
업무상 세종과 서울을 자주 오가다 보면 갑자기 차로가 줄어들거나 교통량이 늘어나는 구간을 여럿 만난다. ‘상습정체구간’이란 표지판도 있다. 몇 년째 상습적인 정체 구간이라면 당연히 확장 공사를 계획했을 텐데 공사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재정 담당 차관이다 보니 ‘확장사업을 예산안에 반영해야 하나’ 하며 파악해 보면 나랏돈이 아니라 민간투자자본으로 닦은 민자도로다. 이렇다 보니 민간투자사업으로 건설해 운영하는 고속도로는 어디에서도 확장 공사 사례를 보지 못했다. 시중엔 유동성이 많을 텐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문제의 원인을 알려면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300여 개 조항이 넘는 민간투자 관련 법령을 꼼꼼하게 재검토했다.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법령이라면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 전문가 및 업계와도 50여 차례 만나 의견과 해법을 들었다. 현장은 정부보다 먼저 정책적 해답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민간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공사비 상승 부담, 금융 조달 애로사항 등 48개 과제를 찾아냈고 이달 초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수 있었다.

먼저 민간투자사업으로 운영 중인 노후·혼잡 인프라에 대해 큰 규모의 개량과 증설이 가능하도록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을 개정했다. 도로 차로를 늘리는 것 외에 노선 연장도 개량·증설에 포함했다. 이번 개선으로 상습정체구역을 지날 때마다 주차요금을 내는지 통행료를 내는지 모르겠다던 국민 불편이 해소되길 기대한다.

둘째,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지나치게 오른 공사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민간투자법 제정 30년 만에 공사비 관련 특례를 추가했다. 이와 함께 민간이 자재비 변동 위험을 자체적으로 헤지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등 공사비 상승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셋째, 민간투자사업의 자금 조달을 촉진하기 위해 최초의 민간투자사업 전용 정책펀드인 2000억원 규모 출자 전용 특별 인프라펀드를 신설했다. 민간투자법 개정을 통해 ‘만기 없는’ 환매금지형 인프라펀드 설립을 허용하는 등 24조원 규모 금융 지원 패키지도 마련했다. 지역에서 소규모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통합해 추진하면 의무출자비율을 완화하고 맞춤형 컨설팅도 지원하기로 했다. 결합형 민간투자사업의 주요 주무관청 지정제도, 새로운 민간투자대상사업을 일괄해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에서 검토하는 패스트트랙, 대상지 공모형 민간투자사업 등도 새로 도입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5년간 민간투자사업이 30조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의 유동성이 투자 현장으로 흐르도록 물꼬를 터 돈이 일하게끔 하자는 것이다. 이번 정책이 민간투자사업에 의한 사회기반시설을 지속해서 공급하고 국민 편익을 높여 경제 현장 곳곳에 역동성을 불어넣길 기대한다. 정부는 투자 멍석을 깔아놨다. 이제 민간이 화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