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마, 잇따라 홍콩 매장…중화권 공략 속도
지난 26일 홍콩 완차이구 코즈웨이베이. 흰색 간판의 이색적인 매장 앞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날 글로벌 1호점 문을 연 ‘마뗑킴’ 매장(사진)이었다. 개점 첫날 반응은 뜨거웠다. 매장 앞은 사진을 찍고, 구경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계산대에도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매장에서 만난 웡 니콜(25)은 “거의 모든 홍콩 대학생이 마뗑킴 가방을 하나씩 들고 다닐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디자인이 한국적이어서 마음에 든다”고 했다.

“홍콩 대학생 필수템 된 마뗑킴”

홍콩 버스에 붙은 마뗑킴 광고.
홍콩 버스에 붙은 마뗑킴 광고.
코즈웨이베이는 홍콩의 대표적인 번화가다. 대형 쇼핑몰, 명품 매장, 카페, 레스토랑 등이 한데 모여 있어 ‘쇼핑 성지’로 불린다.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도 많이 찾는다. 패션 브랜드 인큐베이터 하고하우스가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 마뗑킴은 이곳에 해외 1호점이자 중화권 첫 매장을 열었다. 105㎡ 규모로 문을 연 매장에서는 가방, 재킷, 티셔츠 등 인기 제품군을 비롯해 하이엔드 라인인 ‘킴마틴’ 제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마뗑킴에 따르면 개점 당일 매출은 40만홍콩달러(약 7150만원)에 달했다. 매장을 찾은 틴양룽(26)은 “3년 전 인스타그램에서 마뗑킴을 처음 알게 됐다. 특히 한국 인플루언서들이 입는 걸 보고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마뗑킴은 올 4월 홍콩·마카오·대만 현지 파트너사와 5년간 1615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중화권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다음달엔 대만, 12월엔 마카오에 단독 매장을 열 예정이다.
3마, 잇따라 홍콩 매장…중화권 공략 속도
마뗑킴은 지난해 10월부터 일본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에서 팝업스토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K패션의 인기에 힘입어 마뗑킴 매출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22년 50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000억원으로 두 배로 급증했다. 올해는 1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0% 늘어날 전망이다.

홍콩에서 인기가 높은 K패션 브랜드는 마뗑킴뿐만이 아니다. 코즈웨이베이에는 ‘3마’(마뗑킴,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마르디 메르크디) 매장이 두 블록에 걸쳐 자리 잡을 전망이다. 8월 마르디 메르크디가 인근에 매장을 열었고, 오는 11월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가 들어선다. 이 지역 최대 쇼핑몰인 타임스스퀘어에서는 F&F의 MLB와 더네이쳐홀딩스의 내셔널지오그래픽도 매장을 운영 중이다. MLB 매장엔 한 달 평균 3000여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중화권에 부는 K패션 열풍

2010년대만 해도 중화권은 국내 패션 브랜드의 ‘무덤’으로 불렸다. 이 지역에 진출한 패션 브랜드들이 번번이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최근 트렌드가 바뀌었다. K콘텐츠의 인기, 합리적인 가격, SNS의 영향, 직구(직접구매) 활성화 등이 맞물려 K패션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패션잡화 카테고리의 대(對)홍콩 수출액은 5억5100만달러(약 766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54.1% 급증했다.

홍콩 국가보안법이 적용된 이후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K패션이 채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갭, H&M 등이 매장을 철수하거나 축소하자 비슷한 가격대의 K패션 브랜드 판매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현지 패션업계 관계자는 “중화권은 K패션업체들이 반드시 잡아야 하는 시장”이라며 “인구가 많고 K콘텐츠의 인기도 높아 글로벌 매출 확대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홍콩=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