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 압박에 중국 기업의 주주환원 규모가 커지면서 고배당 상장지수펀드(ETF)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증시 부양책이 잇따르는 만큼 수혜가 예상되는 고배당주와 대형주에 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속도 내는 '中판 밸류업'…고배당 ETF 뜬다
27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홍콩증시에 상장된 ‘글로벌X 항셍 고배당’은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23.32% 상승했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와 페트로차이나 등 국유기업을 비롯해 세계 최대 알루미늄 제련업체 훙차오그룹 등을 담은 ETF다. 분배율은 약 연 6.83%다.

중국 상하이증시에 상장된 고배당 ETF인 ‘화타이-파인브릿지 배당 저변동성’은 같은 기간 18.93% 상승했다. 중국 본토 대표지수 CSI300의 상승률(16.3%)을 웃돌았다. 산시석탄과 신화에너지 등 중국 국유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ETF다. 중국 고배당 ETF인 ‘하베스트 CSI300 배당 저변동성’과 ‘화타이-파인브릿지 SSE 배당’도 올 들어 각각 10.42%, 10.03% 올랐다.

중국 고배당 ETF가 상승세를 탄 것은 국유기업 등이 정부의 증시 부양 방침에 따라 역대 최대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정보업체 윈드에 따르면 중국 본토 증시 상장 기업의 올해 자사주 매입 규모는 2350억위안(약 45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전 최대 기록(2022년·약 1330억위안)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4월 중국판 밸류업 프로그램인 ‘신(新)국9조’를 발표한 중국 정부는 배당이 부실한 기업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 강력한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증시 부양을 위해 추가로 5000억위안(약 95조원)에 이르는 유동성 공급 방안까지 내놓자 대형주 상승 기대도 커지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발표한 ‘증권·펀드·보험사 스와프 기구’(SFISF)는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주식과 ETF를 담보로 내고 현금화하기 쉬운 국채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스와프를 통해 얻은 자금은 주식시장 투자에만 사용할 수 있게 해 증시에 유동성이 공급되는 효과가 있다.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국 CSI300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3배로 5년 평균치(12.6배)를 웃도는 상황이나 15배가 적정 수준임을 고려하면 10~15%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금융주 등 고배당주와 대형주로의 자금 유입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