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휠라, 하이트진로를 비롯한 대기업은 ‘옥상옥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옥상옥 지배구조란 오너 일가가 비상장사를 통해 그룹 지주회사나 주력 회사를 지배하는 형태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과 ‘상속세 폭탄’으로 약화하는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재계의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많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 휠라, 하이트진로 등이 옥상옥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한화그룹은 김동관 부회장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를 통해 옥상옥 구조를 구성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지난 7월 주식 공개매수를 실시해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 지분율을 9.7%에서 14.9%로 끌어올렸다. 공개매수가 마무리되면서 ‘김 부회장→한화에너지→한화→그룹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한층 단단해졌다. 한화에너지는 집단에너지 사업을 통해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2150억원을 거뒀다.

하이트진로그룹도 비슷하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은 최대주주로 있는 서영이앤티를 통해 그룹 지배력을 확보했다. 박 사장의 서영이앤티 지분율은 58.44%다.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 27.7%를 보유하고 있다. ‘박 사장 등 오너 일가→하이트진로홀딩스→하이트진로 등 계열사’ 지배구조를 구축 중이다. 대한유화공업, 파라다이스, 휠라 오너가도 옥상옥 구조로 그룹을 지배한다.

SK그룹도 옥상옥 형태로 지배구조를 안정화한 바 있다. 과거 소버린을 비롯해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정보기술(IT) 업체 SK C&C를 통해 ‘최 회장→SK C&C→SK㈜’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췄다. SK C&C는 계열사 IT 일감으로 몸집을 키웠고 그 자금으로 SK㈜ 지분을 사들였다. 2015년 SK C&C와 SK㈜가 합병하면서 현재 지배구조가 정착됐다.

김익환/류병화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