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우리가 지닌 인적자원의 가치
우리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항상 스스로를 자원빈국(資源貧國)이라고 불러왔다. 석유나 석탄, 철광석과 같은 이렇다 할 천연 광물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자원빈국일까? 우리는 종종 스스로 지닌 엄청난 자원에 대해 망각하곤 한다. 경제학의 기본적인 이론으로 총생산은 자본과 노동이라는 생산요소에 의해 결정되고, 기술 수준이나 도시화 정도 등이 추가되기도 한다. 자본과 노동이라는 게 수치상 같다고 해서 질적 수준도 같은 게 아니다. 자동화 및 스마트화 정도에 따라 동일한 자본투입이 다른 결과값을 내고, 동일한 수의 노동자가 동일한 노동시간을 투입하더라도 노동자의 능력에 따라 다른 결과물을 내놓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파리올림픽에서 한국은 적은 참가 인원으로 최대 성과를 거뒀다. 선수층이 얇은 데도 두드러진 성과를 도출한 것은 그 적은 수의 국가대표 선수 개개인이 세계적인 기량을 지니고 있기에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자동차와 휴대폰, 심지어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한류 문화까지 확산시키는 대단한 나라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데 석유화학 제품을 수출하고, 변변한 광물자원이 없는데도 최고 수준의 배터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무엇이 이런 걸 가능하게 할까? 사람이다. 높은 교육 수준을 갖추고 동기부여가 뚜렷한 고급 인적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 중 전문대 이상의 학력 소지자는 2023년 말 기준 약 1476만 명으로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약 34.5%를 차지한다. 학사 학위 이상으로 좁히더라도 1360만 명으로 31.8%에 달한다. 어림잡아도 경제활동인구 세 명 중 한 명은 대졸자라는 것이다.

우리의 교육 수준은 아마 세계 최고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지닌 인적자원은 매우 훌륭하지만, 여전히 그 능력을 높일 여지가 많다.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이 시점에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는 출산율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우리의 노동생산성을 제고하는 데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인적자원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선 첫째, 높은 수준의 인적자원이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게 하고 여성 인적자원의 활용을 늘려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OECD의 경제활동참가율(남성이 80.8%, 여성은 66.80%)은 73.8%로 나타났다. 같은 자료에서 한국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1.1%였지만 이웃 나라인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무려 10%포인트 높은 81.1%로 나타났다. 가장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은 나라는 네덜란드로 85.4%를 기록했다. OECD나 다른 주요 국가와 비교할 때 경제활동참가율도 상대적으로 낮으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더욱 낮은 특징을 볼 수 있다. 이는 한국이 지금 저출생·고령화를 겪고 있음에도 일자리가 부족하고 여성의 경제 참여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의 고도화가 필요하며 디지털 전환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시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둘째, 일자리 창출과 여성 노동력 활용보다 중기적 차원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노동력의 질을 높여 고령화사회에서도 경쟁력 있는 생산성을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의 미래 수요를 고려한 고등교육의 개편이 필요하다. 우리의 대학들이 현재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데 적절한 편제를 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또한 이에 그치지 않고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에서 입시만 바라보는 교육이 아니라 창의성을 길러 주는 교육으로의 지속적인 전환이 중요하다.

저출생·고령화로 성장 둔화를 겪는 지금은 향후 국가 경제의 향방을 가를 분기점이다. 그동안 무심했던 우리가 지닌 인적자원 가치에 눈을 뜨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단순하게 자기의 가치를 깨닫는 데 그치지 말고 그 가치를 높이는 데 정성을 다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