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한국은행이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1%로 부진했다고 발표하면서 0.4% 감소한 수출을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자 투자자들이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수출은 3분기에 해당월 또는 월간 역대 최대 기록 행진을 이어가며 한국 경제를 떠받친 ‘효자’ 역할을 했다고 정부는 평가해 왔지만 중앙은행 국내총생산(GDP) 통계에선 성장률을 갉아먹은 ‘주범’이 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출이 두 얼굴을 갖게 된 것은 통계 작성 방식의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수출 통계는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하는 데 비해 GDP는 기본적으로 직전 분기와 비교하고 계절조정치까지 반영하다 보니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대부분 국가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수출을 전년 동월비로 비교하는 것은 수치 왜곡을 막기 위해서다. 전달과 비교하면 설·추석 연휴나 여름휴가가 있는 달은 조업 일수가 적어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그다음 달은 기저효과로 플러스로 돌아서 수출 경기를 제대로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직전 달과 비교하면 기업이 실적을 관리하는 분기 또는 반기 말(3, 6, 9, 12월) 수출이 늘고, 분기 초(1, 4, 7, 10월)에는 실적이 줄어드는 왜곡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은은 지난 분기와 비교하고 계절조정치를 추가한다. 경제성장률은 각 분기의 경기흐름을 동일한 조건에서 보여줘야 하는 통계인 만큼 계절적 차이를 제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계절조정치란 지난 20여 년간 평균 분기 수출금액을 1로 보고 분기마다 가중치를 곱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1분기에 가장 부진하고 4분기로 갈수록 늘어나는 수출의 분기별 편차를 제거하기 위한 장치다.

한은 통계로도 3분기 수출금액 자체는 2분기보다 0.6% 늘었다. 최종 결과가 ‘0.6% 증가’에서 ‘0.4% 감소’로 바뀐 이유는 분기별 계절조정치의 차이 때문이다. 한은이 산정한 올해 2분기 가중치는 1.016배, 3분기는 1.006배다. 분기 수출금액에 해당 가중치를 곱해 비교하다 보니 3분기 수출금액이 0.6% 늘고도 GDP 산출 때는 0.4%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정부의 수출 통계는 수출이 잘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지표이고 한은의 수출 통계는 경제성장률을 산출하는 재료로 쓰기 위해 재가공한 것”이라며 “연말까지 수출금액은 전년 동월 대비 계속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