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車 1위 수장, 관람객에 “사랑해요”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이 27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도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관람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 글로벌車 1위 수장, 관람객에 “사랑해요”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이 27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도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관람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이 모빌리티의 미래를 만드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수소연료전지차를 비롯한 수소 생태계 구축과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등이 주요 협력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도요타의 경주차 ‘GR 야리스 랠리 1 하이브리드’에 동승한 정의선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회장.  현대차 제공
도요타의 경주차 ‘GR 야리스 랠리 1 하이브리드’에 동승한 정의선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회장. 현대차 제공
정 회장은 27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도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도요타와 협업해 더 많은 사람이 운전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요다 회장은 “현대차와 손잡고 더 좋은 차를, 그리고 모빌리티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1위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그룹과 3위인 현대차그룹이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미래차 시장을 함께 개척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장 취임 2주년을 맞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차와 도요타가 삼성이 미래 사업으로 힘주는 자동차 전장(전자장치) 사업의 핵심 고객이란 점을 고려한 행보다. 삼성은 차량용 반도체(삼성전자)와 디지털콕핏(하만), 차량용 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 전기차 배터리(삼성SDI) 등 전장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정 회장과 아키오 회장을 따로 만났다. 이날 행사는 모터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두 회사가 함께 기획했다.

글로벌 1·3위 완성차 동맹

< 한자리에 모인 삼성·현대차·한국타이어 수장 > 27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앞줄 오른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임형택 기자
< 한자리에 모인 삼성·현대차·한국타이어 수장 > 27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앞줄 오른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임형택 기자
시계가 오후 2시30분을 가리키자, 흰색과 빨간색 옷을 입은 도요타의 경주용차 ‘GR 야리스 랠리 1 하이브리드’가 트랙에 올랐다. 도요타 하이브리드 기술의 결정체로 불리는 이 차는 굉음을 내며 순식간에 트랙을 수십 바퀴 돌았다. 타이어 타는 냄새와 흰 연기가 가실 무렵, 운전석 문이 열렸다. 전문 레이서 못지않은 드리프트 실력을 보여준 운전자는 세계 1위 자동차업체인 도요타의 수장 도요다 아키오 회장. 보조석에서 내린 이는 글로벌 ‘넘버3’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이었다.

27일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도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은 이렇게 시작했다. 전광판에 뜬 ‘경쟁을 넘어 열정으로 하나되다’란 문구처럼 두 사람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같이 열자”며 의기투합했다.

세기의 만남 10개월 만에 성사

현대차와 도요타가 모터스포츠를 함께 열기로 한 건 정 회장과 도요다 회장이 일본에서 만난 올초였다. 그리고 10개월 만에 현실로 만들었다. 정 회장은 개회사에서 “도요다 회장은 자동차산업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며 “도요타와 레이싱 분야에서도 협업해 더 많은 사람이 운전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요다 회장은 한국어로 “사랑해요”라고 운을 뗀 뒤 “현대차와 손잡고 더 좋은 차를, 그리고 모빌리티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겠다. 응원해달라”고 했다.

정 회장과 도요다 회장은 이날 오전 일찍 현장을 찾았다. 그리곤 자사 부스는 물론 상대방 부스도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했다. 도요다 회장은 현대차 부스에서 “오늘만큼은 경쟁자가 아니라 팬”이라고 말했다.

행사가 끝날 무렵 정 회장과 도요다 회장은 직접 선두에서 각각 아이오닉 5 N 드리프트 스펙, GR 야리스 랠리 1 하이브리드카를 운전하며 퍼레이드 랩을 이끌었다.

모터스포츠는 현대차와 도요타 협업의 ‘맛보기’다. ‘메인 메뉴’는 수소산업과 로보틱스 등 미래 산업이다. 두 회사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수소 생태계 구축과 로보틱스 경쟁력 확보를 각자 홀로 하는 것보다 함께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파트너십을 맺은 상태다.

두 회사는 글로벌 기업들로 구성된 수소위원회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며, 수소 생태계 구축에 손발을 맞추고 있다. 이날 두 회사는 수소 콘셉트카를 함께 선보이기도 했다. 현대차는 배터리 모터와 수소연료전지를 결합한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 N Vision 74를, 도요타는 ORC 루키 GR 코롤라 H2 콘셉트와 GR 수프라, GR86, AE86 H2 콘셉트 등 수소연료전지차 고성능 라인업을 전시했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현대차 자회사 보스턴로보틱스와 도요타리서치연구소가 인공지능(AI) 기반 휴머노이드를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수소·모터스포츠 협력 확대

헬멧 벗으며 깜짝 등장한 정의선…도요다 회장과 '세기의 만남'
업계에선 규모로 보나 실적으로 보나 세계 최고 자동차기업들의 만남이란 점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요타는 올 상반기에 516만 대를 판매해 세계 1위 자리를 지켰고, 현대차그룹도 362만 대로 3위를 차지했다. 두 회사 모두 1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올리며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있는 자동차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모터스포츠 협력도 이어갈 예정이다. 현대차는 2014 시즌부터 WRC에 출전하는 등 지금까지 수많은 모터스포츠 경기에 참가하며 이를 바탕으로 고성능 차량용 서스펜션, 브레이킹 시스템 등 신기술을 개발해왔다. 도요다 회장은 직접 레이싱에 참가할 정도로 모터스포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월드랠리팀과 도요타 가주 레이싱 월드랠리팀은 다음달 21~24일 일본 아이치현과 기후현에서 열리는 WRC 2024 시즌 최종 라운드 ‘FORUM8 랠리 재팬’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용인=신정은/황정수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