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에스더. / 사진=한경DB
여에스더. / 사진=한경DB
가정의학과 전문의 겸 방송인 여에스더가 30년간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고백했다.

여에스더는 지난 26일 방송된 JTBC '아는 형님'에서 "우울증으로 3번 입원하고 28번 전기경련치료를 받았다"며 "모든 사람한테 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힘들다. 명랑한 건 내 성격이고 우울증은 내 병"이라고 했다.

여에스더는 '남편 홍혜걸이 힘든 거에 살짝 일조했느냐'는 방송인 서장훈의 물음에 "상당히 일조했다"며 "각 집 살이 하고 있고, 본인은 너무 행복하다"고 근황을 전했다.

여에스더가 이날 방송에서 밝힌 전기경련치료(ECT)는 우울증에 빠진 뇌를 '재부팅' 하는 치료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이름에서 오는 거부감 때문에 무섭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있으나, 역사가 깊고 생각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설명한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주성우 교수 도움말에 따르면 ECT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교란된 우울증 환자에게 아주 짧은 시간 전기자극을 줘 이 신경전달물질의 흐름을 다시 정상에 가까워지도록 하는 치료다. 해당 치료법은 과거 우울증과 뇌전증을 동시에 앓고 있는 환자가 몇 차례 경련 이후 우울증이 호전되는 것이 포착되면서 개발됐다. 전기자극을 줘 인위적으로 경련을 유도하는 것이다.

주 교수는 "지금은 마취 기술도 발달했고 의학도 전반적으로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환자들은 안전하게 마취하에 아주 짧은 1초 남짓의 전기 자극으로 치료를 받는다"며 "치료 중 뇌에 전달되는 전기자극은 아주 약한 수준으로 ECT는 일종의 전기자극으로 뇌를 재부팅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다만 모든 우울증 환자에게 ECT를 권하는 것은 아니다. 우울증을 치료하는 약물들이 다양하게 개발돼 있으므로 먼저 약물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평가해 ECT가 정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 혹은 빨리 자해나 자살 충동을 억제해야 할 때, 약물이나 다른 치료에서 효과가 없었을 때 ECT가 고려된다.

주 교수는 "사실 우울증이 다른 질병처럼 통증이 있거나 눈에 보이는 질병이 아니다 보니 상태를 수치화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의료진도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권하게 된다"며 "경험적으로 봤을 때 이런 상황이면, 혹은 이런 증상이면 ECT가 효과가 있겠다 하는 식으로 권해드리게 된다. 환자의 상태나 과거 치료 병력, 그리고 의료진의 경험 등이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고 했다.

ECT의 부작용으로는 '단기 기억력 저하'가 꼽히는데, 대부분 한 달에서 석 달 안에 회복된다. 또 청소년기에도 ECT 치료가 가능하며, 발달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주 교수는 "ECT는 오랫동안 역사적으로 인정 받아온 치료이고, 우리나라 건강보험에서도 인정하는 치료법"이라며 "치료의 이름 때문에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꼭 용기 내 치료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