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란! 30억원, 50억원, 100억원…그 이상 얼마?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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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기 위해서는 얼마나 벌어야 할 것인가?" 하는 목표부터 확실히 세워야 한다. 대부분 재테크를 다루는 책이나 전문 재테크 강사들은 이 문제부터 출발하고 금융사들은 이 점을 내세워 "도대체 지금까지 뭐 하셨습니까?" "지금부터라도 빨리 금융상품에 가입하세요!"라고 다그치기까지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하는 계층들은 얼마를 벌어야 부자라 생각할까?
30억원, 50억원…그 이상? 지금까지 나온 재테크관련 책과 강사 그리고 금융사들이 나름대로 기준을 토대로 부자가 되기 위해 제시한 목표들이다. 이들이 제시하는 기준들이 워낙 다르고 제시하는 목표도 크게 차이가 난다. 종전에 제시한 목표를 도달하면 또다시 목표가 올라간다. 이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이 목표를 접할 때마다 얼마나 벌어야겠다는 확신보다 오히려 혼란스러운 때가 많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국내 금융회사들이 영업 차원에서 터무니없는 목표를 제시해 사람들을 성급하게 만들거나 투기적인 성향을 부추켜 궁극적으로는 재산 증식에 실패로 몰아가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소득이 낮은 하위 계층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자괴감까지 들게 해 극단적 선택 등 사회적인 병리 현상을 초래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재테크가 '행복'이 아니라 '죄악'인 셈이다.
5분위 계수, 10분위 계수, 지니 계수, 로렌츠 계수 등 각종 소득불균형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로 볼 때 우리나라는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됐다. 이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이 갈수록 실적과 성과급 체제로 가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이들 금융사가 제시하는 목포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나타나는 사회병리 현상은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는 얼마나 벌어야 하나. 재테크에 첫 입문 때부터 금융사로부터 요구받거나 스스로 던지는 어려운 질문이다. 정답은 없겠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맞는 재테크 목표가 얼마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많으면 좋고 없으면 원수와 같은 이 야누스적인 두 얼굴을 갖은 돈이 왜 생겨났는가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 재태크관련 책과 강사들은 이 점을 소홀히 하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한다. 스스로의 도피다.
인류 역사상 경제활동 참여 인구가 적고 인간의 욕망이 단순할 때에는 돈이 필요가 없었다. 서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쉽게 알 수 있었고 팔고 사는 이해관계가 서로 같은 사람들과의 물물교환을 통해 욕망을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A'라는 사람이 배추가 많고 고추가 부족한 반면 'B'는 고추가 많고 배추가 적다면 이 두 사람이 배추와 고추를 맞교환해서 부족한 부문을 채울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참여하는 경제활동 인구가 많아지고 인간의 욕망이 복잡해짐에 따라 단순한 물물거래가 어려워졌다. 서로가 많고 적은 이해관계를 파악하기가 힘들어졌고 거리비용도 커졌기 때문이다. 이때 태어난 것이 '돈'이다. 돈이 갖는 다양한 기능과 돈이 가져야 할 여러 동기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역시 거래의 편리성을 도모하기 위해 돈이 태어났다고 볼 수 있다.
태생적으로 돈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사람들이 생활하기에 편리성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 때문에 얼마를 벌어야 할 것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그 누구 어느 한 사람이라도 같을 수 없는 각자의 경제활동과 생애주기부터 알아야 한다. 역사적으로는 더 그렇고 같은 시대에 살더라도 사람마다 경제활동과 생애주기에 따라 다르다.
'돈을 얼마나 가져야 부자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일률적인 목표를 제시하기가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재테크 서적이 이 목표부터 제시하기가 힘들다고 한다면 사실상 더 진전시켜야 할 필요는 없다. 목표가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돈 버는 방법을 제시한다면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역선택 이론을 적용하면 비슷비슷한 내용을 담은 그 많은 재테크 책들이 제목만 바꾸더라도 팔리는 것도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최근 들어 생애주기가 급변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 사람들은 20대 후반에서 직장생활을 하기 시작해서 특별한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 한 법정 정년인 58세까지 근무가 가능했다. 평균수명도 70∼74세 불과해 은퇴 후 기간이 길어야 15년 안팎이었다.
이때만 하더라도 특별한 노후설계가 필요 없었다. 근무 기간에 얼마를 저축하든 간에 퇴직금 누적제가 실시됨에 따라 한 직장에서 30년 동안 근무할 경우 퇴직금이 대략 대기업의 경우 3억원 정도 나온다. 짧은 노후기간을 생각하면 이 퇴직금만으로도 은퇴 이후의 필요한 자금이 어느 정도 확보가 가능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단 교육시키고 나면 효행심이 강한 자녀들이 부모 공양도 잘했다. '자녀보험'이다.
최근에는 근로자의 정년이 법적으로는 60세까지 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50세 전후로 앞당겨 졌다. 한국 노동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4대 그룹의 경우 초임 임원의 평균연령이 50세 전후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의 평균수명은 길어져 지금 한창 일할 50세의 경우 90세까지는 무난히 살 수 있다고 관련 전문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것 또한 변한다.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하는 계층이 얼마를 벌면 부자인지에 답을 쉽게 주지 않는 이유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박승원기자 magun1221@wowtv.co.kr
30억원, 50억원…그 이상? 지금까지 나온 재테크관련 책과 강사 그리고 금융사들이 나름대로 기준을 토대로 부자가 되기 위해 제시한 목표들이다. 이들이 제시하는 기준들이 워낙 다르고 제시하는 목표도 크게 차이가 난다. 종전에 제시한 목표를 도달하면 또다시 목표가 올라간다. 이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이 목표를 접할 때마다 얼마나 벌어야겠다는 확신보다 오히려 혼란스러운 때가 많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국내 금융회사들이 영업 차원에서 터무니없는 목표를 제시해 사람들을 성급하게 만들거나 투기적인 성향을 부추켜 궁극적으로는 재산 증식에 실패로 몰아가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소득이 낮은 하위 계층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자괴감까지 들게 해 극단적 선택 등 사회적인 병리 현상을 초래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재테크가 '행복'이 아니라 '죄악'인 셈이다.
5분위 계수, 10분위 계수, 지니 계수, 로렌츠 계수 등 각종 소득불균형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로 볼 때 우리나라는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됐다. 이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이 갈수록 실적과 성과급 체제로 가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이들 금융사가 제시하는 목포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나타나는 사회병리 현상은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는 얼마나 벌어야 하나. 재테크에 첫 입문 때부터 금융사로부터 요구받거나 스스로 던지는 어려운 질문이다. 정답은 없겠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맞는 재테크 목표가 얼마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많으면 좋고 없으면 원수와 같은 이 야누스적인 두 얼굴을 갖은 돈이 왜 생겨났는가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 재태크관련 책과 강사들은 이 점을 소홀히 하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한다. 스스로의 도피다.
인류 역사상 경제활동 참여 인구가 적고 인간의 욕망이 단순할 때에는 돈이 필요가 없었다. 서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쉽게 알 수 있었고 팔고 사는 이해관계가 서로 같은 사람들과의 물물교환을 통해 욕망을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A'라는 사람이 배추가 많고 고추가 부족한 반면 'B'는 고추가 많고 배추가 적다면 이 두 사람이 배추와 고추를 맞교환해서 부족한 부문을 채울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참여하는 경제활동 인구가 많아지고 인간의 욕망이 복잡해짐에 따라 단순한 물물거래가 어려워졌다. 서로가 많고 적은 이해관계를 파악하기가 힘들어졌고 거리비용도 커졌기 때문이다. 이때 태어난 것이 '돈'이다. 돈이 갖는 다양한 기능과 돈이 가져야 할 여러 동기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역시 거래의 편리성을 도모하기 위해 돈이 태어났다고 볼 수 있다.
태생적으로 돈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사람들이 생활하기에 편리성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 때문에 얼마를 벌어야 할 것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그 누구 어느 한 사람이라도 같을 수 없는 각자의 경제활동과 생애주기부터 알아야 한다. 역사적으로는 더 그렇고 같은 시대에 살더라도 사람마다 경제활동과 생애주기에 따라 다르다.
'돈을 얼마나 가져야 부자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일률적인 목표를 제시하기가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재테크 서적이 이 목표부터 제시하기가 힘들다고 한다면 사실상 더 진전시켜야 할 필요는 없다. 목표가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돈 버는 방법을 제시한다면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역선택 이론을 적용하면 비슷비슷한 내용을 담은 그 많은 재테크 책들이 제목만 바꾸더라도 팔리는 것도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최근 들어 생애주기가 급변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 사람들은 20대 후반에서 직장생활을 하기 시작해서 특별한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 한 법정 정년인 58세까지 근무가 가능했다. 평균수명도 70∼74세 불과해 은퇴 후 기간이 길어야 15년 안팎이었다.
이때만 하더라도 특별한 노후설계가 필요 없었다. 근무 기간에 얼마를 저축하든 간에 퇴직금 누적제가 실시됨에 따라 한 직장에서 30년 동안 근무할 경우 퇴직금이 대략 대기업의 경우 3억원 정도 나온다. 짧은 노후기간을 생각하면 이 퇴직금만으로도 은퇴 이후의 필요한 자금이 어느 정도 확보가 가능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단 교육시키고 나면 효행심이 강한 자녀들이 부모 공양도 잘했다. '자녀보험'이다.
최근에는 근로자의 정년이 법적으로는 60세까지 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50세 전후로 앞당겨 졌다. 한국 노동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4대 그룹의 경우 초임 임원의 평균연령이 50세 전후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의 평균수명은 길어져 지금 한창 일할 50세의 경우 90세까지는 무난히 살 수 있다고 관련 전문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것 또한 변한다.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하는 계층이 얼마를 벌면 부자인지에 답을 쉽게 주지 않는 이유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박승원기자 magun1221@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