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일 미국 펜실베니아주에 위치한 한 맥도날드 매장의 드라이브스루에서 직접 제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REUTERS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일 미국 펜실베니아주에 위치한 한 맥도날드 매장의 드라이브스루에서 직접 제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REUTERS
미국 빅테크 수장들이 앞다퉈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과거 불편한 관계를 회복해 그가 집권할 경우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잡기 위해서다. 전통적으로 친(親)민주당 성향이 강한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CEO)들이 ‘트럼프 2기’ 출범에 대비하고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선거일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모색하고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테크 거물들과의 사적인 대화를 과시하며 만남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5일 유명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의 방송에서 최근 팀 쿡 애플 CEO와 유럽연합(EU)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재판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같은날 라스베이거스 유세에서는 “구글의 수장(순다르 피차이 CEO)이 맥도날드에서의 캠페인에 대해 ‘지금껏 본 적 없는 가장 핫한(뜨거운) 유세’라고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일 대선 최대 경합주 중 하나인 펜실베이나주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직접 감자튀김을 만들고 주문을 받았는데, 피차이 CEO가 해당 유세를 치켜세웠다고 주장한 것이다. 앞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지난 7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직후 그에게 직접 전화해 안부를 물었고, 직후 진행된 인터뷰에선 해당 사건 범인에 대해 즉각 “나쁜 놈”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CNN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앤디 재시 아마존 CEO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연락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자신이 소유한 워싱턴포스트(WP)에 이번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역풍을 맞고 있다. WP는 당초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움직임은 빅테크 업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재입성 가능성을 크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빅테크 업계는 친민주당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때문에 2016~2020년 메타, 구글 등 빅테크 업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와 많은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게 나오는 대선 여론조사가 연이어 발표되며 서둘러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빅테크를 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태도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그는 과거 자신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구글을 최고 수준으로 기소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인터뷰에서는 “요즘 구글을 보면 이들이 트럼프에게 훨씬 더 기울어져 있는 걸 알게 될 것”이라며 “그들은 트럼프를 좋아하기 시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애플에 최대 144억달러(약 20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EU 최고법원의 결정에 대해서는 “올바른 대통령만 있다면 이 회사들은 자유로워질 것”이라며 “모두 좋은 상태가 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