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K-아이언맨' 사이배슬론 2연패 쾌거
카이스트 연구진이 선보인 웨어러블 로봇 기술이 국제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20년 대회에 이어 2연패다.

카이스트는 공경철 기계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지난 27일 열린 제3회 사이배슬론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이배슬론은 로봇 기술로 장애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개최된 국제대회다. 일명 사이보그 올림픽이라 불린다.

매번 대회를 마친 후 바로 다음 대회의 미션이 발표되고, 전 세계 연구팀들이 주어진 미션을 통과하기 위하여 4년여 동안 로봇 기술을 연구 개발한다. 웨어러블 로봇 뿐 아니라, 로봇 의수, 로봇 의족, 로봇 휠체어 등 8가지 종목이 열린다.

이번 제3회 사이배슬론 대회에는 총 26개 국가에서 71개 팀이 참가했다. 공경철 교수 연구팀은 지난 대회와 마찬가지로 웨어러블 로봇 종목에 참가했다.

웨어러블 로봇 종목은 사이배슬론의 핵심이라고 부를 만큼 관심을 받는 종목이다.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이 로봇에 완전히 의존해 직접 걸으면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기술적 난이도도 높고 로봇 기술에 대한 의존도 또한 높다.

실제로 이번 대회의 미션을 보고 많은 팀이 출전을 포기했고, 기술 개발 과정에서도 절반 이상의 연구팀들이 포기를 선언했다. 실제 경기에는 한국,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 등 총 6팀만이 참가했다. 대회가 개최된 스위스 연구팀마저 포기를 선언했다.

이번 대회에서 특히 웨어러블 로봇 종목에 중도 포기한 팀이 많이 발생한 이유는 유난히 미션의 난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연구팀들이 하반신마비 장애인을 일으켜 걷는 것도 버거운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는데, 지팡이 없이 걷도록 한다거나, 양손을 사용하여 칼질을 해야 하는 등 무리한 미션이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미션의 난이도가 올라간 이유는 지난 대회 때 공 교수 연구팀이 주어진 모든 미션을 너무 빠르게 완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대회에서는 워크온슈트4를 착용한 김병욱 선수(하반신마비 장애인)에게 진짜 장애인이 맞느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공 교수 연구팀은 이번 미션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워크온슈트F1을 개발해냈다. 모터가 장착된 관절이 6개에서 12개로 늘었고, 모터의 출력 자체도 지난 대회보다 2배 이상 출력이 강화됐다. 발에 있는 6채널 지면반력 센서는 로봇의 균형을 1초에 천 번 측정하여 균형을 유지시키도록 설계됐다. 장애물을 감지하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했고 인공지능 신경망 구현을 위한 AI 보드도 탑재했다.

또한 착용자 스스로 로봇을 착용할 수 있도록 스스로 걸어와 휠체어에서 도킹할 수 있는 기능을 구현했다. 이 과정에서 모든 부품을 국산화했고, 모든 기초기술을 내재화했다. 로봇의 디자인은 카이스트 박현준 교수가 맡았다.

이번 대회에서 카이스트 팀은 좁은 의자 사이로 옆걸음, 박스 옮기기, 지팡이 없는 자유 보행, 문 통과하기, 주방에서 음식 다루기 등의 미션들을 6분 41초 기록으로 성공했다. 2위, 3위를 차지한 스위스와 태국 팀은 10분을 모두 사용하면서도 2개 미션을 수행하는데 그쳤다.

팀의 주장인 박정수 연구원은 "기술적 초격차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는데 좋은 결과까지 따라와서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아직 공개하지 않은 워크온슈트F1의 다양한 기능을 계속해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팀의 하반신마비 장애인 선수인 김승환 연구원은 "세계 최고인 대한민국의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내 몸으로 알릴 수 있어서 너무나 감격스럽다"며 소감을 밝혔다.

한편, 공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20년 대회 이후로 엔젤로보틱스를 통해 웨어러블 로봇을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2022년에는 의료보험 수가의 적용을 받는 최초의 웨어러블 로봇인 '엔젤렉스M20'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전효성기자 zeo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