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 사진=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 사진=뉴스1
22대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의 '반성문' 격인 총선백서가 28일 공개됐다. 당은 참패 원인으로 '불안정한 당정관계', '미완성의 시스템 공천' 등을 꼽았다. 총선 기간 여권 최대 악재로 거론됐던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내건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에 대한 비판도 적시했다.

지난 5월 13일 출범한 국민의힘 총선백서특별위원회는 28일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회의에 이같은 내용이 담긴 총선 백서를 보고하고 활동을 종료했다. 백서 발간은 총선 뒤 200여일 만이다. 특위는 부록인 설문조사 결과, 통계표 등 부록을 포함한 백서 전문도 함께 공개했다.

백서의 제목은 '마지막 기회'다. 특위 관계자는 "다시는 패배하지 않겠다는 당원들의 열정, 대한민국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국민의 절실함을 담았다"며 "이 백서가 국민의힘이 다시금 우뚝 서는 초석이 되길 소망한다"고 설명했다.

백서는 '제22대 총선 패배 원인 분석'을 시작으로, '6대 개혁 과제 제안', 공천·공약·조직·홍보·전략·여의도연구원·당정관계 및 현안 등 총 7개 항목별 '소위원회 평가 분석', '지역 출마자 및 청년 간담회 여론 분석' 순으로 목차를 구성했다.

백서는 총선 패배 원인으로는 ▲불안정한 당정관계 ▲미완성의 시스템 공천 ▲승부수 전략 부재 ▲효과적 홍보 콘텐츠 부재 ▲당의 철학과 비전의 부재 ▲기능 못한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등을 지적했다.
국민의힘 조정훈 총선백서TF 위원장(가운데)이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총선백서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조정훈 총선백서TF 위원장(가운데)이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총선백서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먼저 당정관계에 대해서는 선거 전부터 확인된 낮은 국정운영 평가에 대한 관리가 부재했다고 판단했다.

백서는 "이번 총선은 집권 2년 차 여당으로서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정치적 공동운명체인 정부의 국정운영 평가에 큰 영향을 받았다"며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호주대사 임명, 시민사회수석 발언 논란, 의대 정원 정책, 대파 논란 등 연이은 이슈가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였지만, 당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함께 존재한다"고 했다.

두 번째로 지적한 공천은 '반쪽짜리 시스템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백서는 "시스템 공천은 과거에 후보자 공천 기준이 불분명해 발생했던 담합 공천, 밀실 공천, 사천 논란 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객관적인 기준을 도입한 심사 제도인데, 총선 업무를 총괄한 사무총장 스스로 '반쪽짜리 시스템 공천'이었다고 평가했다"며 "현역의원 재배치나 국민 추천제와 같이 기존의 원칙과 기준에서 벗어난 공천 사례들이 발생하며 시스템이 100%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낸다"고 했다.

세 번째로는 '승부수 전략'을 지적하면서 공약이 미흡했다고 짚었다.

백서는 "이번 총선은 여당이 보이지 않는 '민생 실종' 선거로 치러졌다. 유능함을 앞세워 정부의 정책과 성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선거전략을 체계적으로 세워야 했으나 실패했다"면서 "야당은 정권심판론을 일관되게 밀어붙인 데 반해 우리는 운동권 심판, 이조 심판, 읍소전략으로 변하는 등 일관성이 없었다"고 했다.

네 번째로는 당의 철학과 비전, 연속성이 부재했다고 비판했다.

백서는 "잦은 지도부 교체로 인해 당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4년 이후 현재까지 비대위가 9차례 들어서는 등 안정적이고 강력한 지도체제 운영이 어려운 비정상적 상황에 직면했다"며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 체제가 들어서면서 사무총장, 여의도연구원 원장을 포함한 모든 지휘부가 교체되면서 정책의 연속성을 이어 나갈 수 없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백서는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가 타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와 차이가 나거나 실제 선거 결과와 달랐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지역별로 여론조사 실시 시점이나 횟수가 달라 후보들은 민심의 추세 변화를 읽기 어려웠다"며 "현재 박사급 연구원이 1명에 불과해 연구원의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 역시 부재하고, 10년간 교체된 원장만 12명으로 연구원 운영 방향의 안정성과 연속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