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라 제공
사진=자라 제공
“한국 문화는 매우 흥미로워 큰 영감을 줍니다. 특히 패션계를 강타한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자유로이 오가는 흐름은 제 취향이기도 합니다. 이번 컬렉션은 남성복 위주로 구성돼 있지만 소비층은 남녀를 제한하지 않고 모든 성별 소비자 모두에게 다가가려 합니다.”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자라(ZARA)는 최근 국내 시장에서 헝가리 패션 브랜드 ‘나누시카(Nanushka)’와의 첫 협업 컬렉션을 공개했다. 이번 컬렉션의 가장 큰 특징은 남성복이지만 굳이 성별 구분을 두지 않고 남녀 모두를 주소비자층으로 겨냥했다는 점이다. 남성복 컬렉션에 여성복 디자인 요소가 담긴 게 특징.

이번 컬렉션을 총지휘한 나누시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산드라 샌더(사진)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협업 컬렉션은 남녀 모두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구성돼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전통적인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을 좋아한다”며 자신이 여성 디자이너이지만 남성복, 특히 남성 니트를 많이 입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그의 말처럼 지난 몇 년간 패션계는 성별 구분에서 탈피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남성 슈트를 빼 입은 여성들이 여성복 패션 런웨이에 등장하는가 하면, 남성복 컬렉션에선 여성복 특징을 담은 옷들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고정관념에 구애받지 않고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자유로이 오가는 ‘젠더 플루이드’가 패션계 트렌드가 되면서다. 자라와 나누시카의 이번 컬렉션에서도 어깨선을 강조한 울 탑코트나 스카프 장식이 둘러진 셔츠 등이 남성복임에도 여성 소비자들이 선호할 만한 디테일을 강조한다.

산드라는 “클래식한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예상치 못한 요소를 즐기는 남성에게 초점을 맞췄다”면서 “예상치 못한 요소는 강렬한 색상 혹은 독특한 소재, 무늬로 표현했다. 이번 컬렉션으로 일상에서 입을 법하지만 디테일은 살아있는 옷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사진=자라 제공
사진=자라 제공
헝가리 출신 패션 디자이너인 그는 2005년 나누시카를 설립했다. 국내 패션 마니아들 사이에서 ‘직구템’으로도 인기를 끄는 이 브랜드는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특히 선호한다. 지속 가능한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윤리적 생산 공정을 추구하고 대체 가죽 등 다양한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대에 최신 유행을 반영한 상품을 빠르게, 자주 공급하는 대표적 SPA 브랜드 자라와는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 SPA 브랜드는 ‘한 철 입고 버리는 옷’으로 비판받으며 낭비와 환경오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럼에도 나누시카가 자라와 협업을 한 데 대해 그는 "2030년까지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한 섬유만 사용하겠다는 자라의 약속에 따라 이번 컬렉션 제품의 70% 이상은 재활용 소재로 제작됐다“고 했다. 면, 폴리에스터, 폴리아미드, 금속 등의 소재를 재활용 제품에서 가져왔으며 데님과 텐셀 제품도 유기농 소재다. 가죽은 친환경 가죽 인증 기관인 LWG의 인증도 받았다. 울 제품에서는 RWS(윤리적 책임 있는 양모) 인증을 받은 실을 사용했다.

‘자라X나누시카’ 컬렉션은 지난 28일부터 자라 공식 온라인스토어에서 판매 중이며 전국 9개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