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현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장 "제조강국 한국의 DX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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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전환 넘어 자율화까지 가야
국내 3만여개 기업의 DX 지원
수요기업의 DX 고도화 추진
공급기업의 수출도 적극 지원
국내 3만여개 기업의 DX 지원
수요기업의 DX 고도화 추진
공급기업의 수출도 적극 지원
“디지털 전환(DX)은 선택이 아닌 필수죠. 특히 제조강국 한국이 미래산업에서도 주도권을 쥐려면 자동화를 넘어 자율화까지 가야합니다.”
국내 3만2662개(2023년) 제조 중소기업의 자동화를 지원한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술정보진흥원 부설기관이다. 정부 정책자금으로 제조기업들의 설비 자동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도입 등 스마트팩토리 전환산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기관의 수장은 30여년 현대자동차에서 수소차 도입 등을 주도해온 안광현 단장이 맡고 있다. 공모에 응모해 제조혁신에 대한 의견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선발됐다. 안 단장은 “국내 제조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인데 이들의 스마트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제조강국 타이틀을 언제 내려놔야 할지 모른다는 절박함으로 시작했다”며 “2022년까지는 기초 도입단계로 3만여개 기업을 지원했고 지난해 9월 시작한 신디지털제조혁신전략 이후엔 DX 고도화 사업에 집중 지원했다”고 말했다.
안 단장의 최근 관심사는 ‘DX 수출 전략’이다. 스마트팩토리 사업엔 소프트웨어 등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공급 기업’과 이를 도입해 공장 시스템을 자동화하는 ‘수요 기업’이 있는데 공급 기업들을 해외 제조기업과 연결시켜주는 것이다. 최근 중기부와 추진단이 베트남 정부와 함께 현지 기업들의 DX 전환사업을 추진키로 협력의향서를 체결한 것도, 이달 중순 페루국립공과대학교와 업무협약을 맺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페루 UNI대학교가 국내 공급 기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안 단장은 “한국에서 최고의 반도체, 배터리 회사가 나올 수 있었던 건 대기업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중소기업이라는 토양이 있었던 덕분”이라며 “수십 년 동안 철저하게 품질관리를 해온 한국 중소기업을 DX 고도화시키는 한편, 역량 있는 공급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게 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안 단장과의 일문일답.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의 목표와 주요 업무는 무엇인가요.
“열악한 환경의 제조 공장들을 디지털 전환하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정부와 기업이 5대5 매칭으로 예산을 투입하는데요, 2022년까지 3만개 기업의 75% 가량이 '기초' 단계였고 지난해 9월부터는 1단계, 2단계로 진척된 기업들이 더 많아졌어요. 한 회사당 최대 2억원씩 지원하고 있는데 처음엔 의아해하던 곳도 생산성, 효율성이 향상되는 걸 확인하고는 적극 고도화에 나서고 있죠.”
▶스마트팩토리라고 하면 로봇팔 같은 걸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요.
“네, 10년 전만 해도 로봇을 떠올렸죠. 물론 자동화는 스마트팩토리에서 꼭 필요한 것인데요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전환은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 즉 소프트웨어를 갖추는 겁니다.”
▶그러면 소프트웨어 개발사와 제조공장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맞습니다. 스마트팩토리의 핵심 공정은 제품수명주기관리(PLM), 제조실행시스템(MES), 공급사슬관리(SCM), 수요예측시스템(APS) 등이에요. 이 각각의 공정엔 결국 소프트웨어가 필요하고 제조업종에 따라 필요한 공급기업(소프트웨어 개발사)이 다르죠. 그래서 제조현장에서 원하는 공급기업을 콕 짚어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혁신추진단이 업종별로 몇 곳의 공급기업을 추천해주기도 하죠.”
▶제조공장은 물론이고 공급기업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요. 현장에서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게 뭔지 바로 적용하면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혜택이죠. 그리고 정부 지원금과 수요기업(제조 공장)의 예산이 흘러가는 곳도 공급기업이고요.”
▶현재 1, 2단계에 있는 기업들이 많다면 그 이후는 이를 더 고도화하는 걸 텐데요.
“네, 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진정한 스마트팩토리는 사실 지능화를 넘어선 자율공장입니다. 사람의 개입 없이 공장에서 생산이 이뤄지는 것이죠. 이를 위해선 로봇,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공급망 관리, 무빙로봇 등이 자동으로 연결돼 유기적으로 생산이 이뤄져야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팩토리가 될 겁니다. 10년 이상 걸리겠지만 그렇게 가야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겁니다.” ▶DX나 자율공장이 사람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그건 편견입니다. 소프트웨어가 생산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게 가장 핵심이고요, 또 단순한 업무를 로봇이나 기계에 맡겨 인간은 좀 더 고도화된 업무를 하게 됩니다. 즉 일자리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전문화, 세분화, 고도화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팩토리 도입 후 생산성이 30% 오르고 품질은 43.5% 향상되는 등 여러 성과를 냈지만 고용도 3% 늘었습니다. 산업재해는 18.3% 줄고 매출액은 7.7% 늘었고요.”
▶DX와 AX를 헷갈려하는 기업도 많습니다. 둘의 차이는 무엇인지, 뭐가 먼저인지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제조 현장을 디지털로 전환하겠다고 할 때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제조 데이터고 둘째는 제조 데이터를 돌릴 수 있는 알고리즘, 즉 인공지능(AI)입니다. 둘은 반드시 있어야 하고 별개로 볼 것도 아닙니다. 하나만으로는 의미가 없죠. 그래서 DX는 제조 데이터를 쌓는 작업이고 AX는 이렇게 쌓은 데이터에 알고리즘을 적용시켜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은 붙어다니는 짝지라고 봐야 합니다. 필요충분조건이기도 하죠.”
▶한국이 제조 기반으로 성장해온 게 사실인데요, 앞으로도 제조 강국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요?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상이 높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거에요. 그건 세계 최고 수준의 대기업들이 주도했고 그 하방에서 중소기업들이 품질관리를 철저하고 혹독하게 치러내면서 기른 실력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이 내재된 기술력을 토대로 중소기업, 대기업이 힘을 합쳐 여기까지 온 거죠. 이렇게 좋은 '중기'라는 토양 위에서 다른 산업군도 발전할 수 있는 겁니다. 반도체, 배터리 같은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 1, 2, 3위를 달리는 것도 탄탄하게 이를 받쳐주는 중기 덕분이고요, 이 때문에 앞으로도 우리가 세계 최고 제조강국 자리를 유지하는 건 문제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 제조업의 디지털전환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2500년 전 고조선 때 청동기로 만든 거울이 부안에서 발견됐어요. 국보로 지정됐는데 아주 정교한 기술로 동그란 원을 황동 뒷면에 정확한 간격으로 200여개 그려져있습니다. 사람이 손으로 이걸 새긴 건데 그만큼 세계 최고의 손기술, 제조 기술이 한국에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죠. 이미 고조선 때부터 제조 강국의 면모를 갖고 있었고 이제는 디지털 전환으로 제2의 영예를 이어나가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해외에서도 한국 스마트 팩토리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네. 8월엔 베트남, 9월엔 페루에 갔는데요, 한국의 도움을 받아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하려는 현지 기업들의 관심이 굉장히 높았습니다. 실제 구체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을 논의하는 매칭 기업들도 많고 미팅 잡아달라고 줄을 섰습니다. 특히 베트남에는 이미 한국 기업도 많이 진출해있고 현지 제조기업들도 무척 많은데요, 혁신청이 신설될 정도로 국가 정책상 스마트 팩토리 도입을 적극 독려하고 있어요. 국내 공급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곧 잇따를 겁니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회사들, 즉 공급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면 어떤 파급력이 있을까요.
“국내는 제조기업이 기껏해야 7만여개입니다. 그런데 해외에는 훨씬 더 큰 시장이 있는 거고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이렇게 큰 경제성장, 산업 발전을 이뤄냈는데, 앞으로는 공급 기업들을 중심으로 10년 안에 굉장한 파급력이 일어날 겁니다.”
▶말씀을 듣다보니 제조단장으로서의 사명감이 느껴집니다.
“사실 제가 현대자동차에 30년 일할 때는 사업이 잘 되는 것, 돈 버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2022년 12월 1일 이곳에 온 뒤로는 사명감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크게는 국가 발전을 위해 뭔가 역할을 해야겠다는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중소기업의 스마트 팩토리를 총괄하면서 뭔가 발전하고 도약하는 데 기여해야겠다는 다짐이에요. 한국 제조산업이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아주 중요한 일이구나, 미래산업을 위한 일이구나, 그 교두보 같은 시기에 내가 역할을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언제 보람을 느끼십니까.
“4년 전에 추진단에서 스마트 팩토리 도입하시라고 설득하던 한 절삭가공 기업의 70대 창업주가 계셨어요. 그 분이 스마트 팩토리의 S자도 꺼내지 말라고 하셨는데 요즘엔 ‘우리가 언제 신청하면 될 수 있겠느냐’, ‘선정 안되면 우리 돈으로 할 테니 절삭가공 잘 할 수 있는 공급기업을 소개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신청했는데 경쟁이 치열해서 떨어졌다고요. 그만큼 스마트 팩토리의 효율성과 필요성, 성과가 많이 알려진 것 같아요.”
▶그럼에도 아직도 스마트 팩토리 도입을 꺼리는 기업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어느 기업이나 제조 노하우를 갖고 있어요. 창업주든, 생산부장이든 그걸 갖고 있는 특정인의 ‘도메인 날리지’를 디지털화해보라고 저는 얘기해요. 그 사람이 언제까지고 그 기업에서 일할 수는 없잖아요. 이걸 ‘보편적 날리지’로 디지털화하는 기반 작업부터 해보셔라, 그러면 스마트 팩토리 도입의 ‘맛’을 살짝 보는 거고 왜 도입해야 하는지 체감할 수 있을 겁니다.”
▶단장으로서 임기 중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현재 기초단계, 1~2단계를 밟는 기업들은 많아요. 그런데 4단계인 고도화까지 간 기업이 손에 꼽히죠. 진짜 지능화, 자율화한 국내 스마트 팩토리를 가능한 만큼 많이 구축하는 게 목표에요. 이들을 보면서 다른 기업들도 자극을 받고 DX의 필요성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성남=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국내 3만2662개(2023년) 제조 중소기업의 자동화를 지원한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술정보진흥원 부설기관이다. 정부 정책자금으로 제조기업들의 설비 자동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도입 등 스마트팩토리 전환산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기관의 수장은 30여년 현대자동차에서 수소차 도입 등을 주도해온 안광현 단장이 맡고 있다. 공모에 응모해 제조혁신에 대한 의견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선발됐다. 안 단장은 “국내 제조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인데 이들의 스마트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제조강국 타이틀을 언제 내려놔야 할지 모른다는 절박함으로 시작했다”며 “2022년까지는 기초 도입단계로 3만여개 기업을 지원했고 지난해 9월 시작한 신디지털제조혁신전략 이후엔 DX 고도화 사업에 집중 지원했다”고 말했다.
안 단장의 최근 관심사는 ‘DX 수출 전략’이다. 스마트팩토리 사업엔 소프트웨어 등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공급 기업’과 이를 도입해 공장 시스템을 자동화하는 ‘수요 기업’이 있는데 공급 기업들을 해외 제조기업과 연결시켜주는 것이다. 최근 중기부와 추진단이 베트남 정부와 함께 현지 기업들의 DX 전환사업을 추진키로 협력의향서를 체결한 것도, 이달 중순 페루국립공과대학교와 업무협약을 맺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페루 UNI대학교가 국내 공급 기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안 단장은 “한국에서 최고의 반도체, 배터리 회사가 나올 수 있었던 건 대기업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중소기업이라는 토양이 있었던 덕분”이라며 “수십 년 동안 철저하게 품질관리를 해온 한국 중소기업을 DX 고도화시키는 한편, 역량 있는 공급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게 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안 단장과의 일문일답.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의 목표와 주요 업무는 무엇인가요.
“열악한 환경의 제조 공장들을 디지털 전환하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정부와 기업이 5대5 매칭으로 예산을 투입하는데요, 2022년까지 3만개 기업의 75% 가량이 '기초' 단계였고 지난해 9월부터는 1단계, 2단계로 진척된 기업들이 더 많아졌어요. 한 회사당 최대 2억원씩 지원하고 있는데 처음엔 의아해하던 곳도 생산성, 효율성이 향상되는 걸 확인하고는 적극 고도화에 나서고 있죠.”
▶스마트팩토리라고 하면 로봇팔 같은 걸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요.
“네, 10년 전만 해도 로봇을 떠올렸죠. 물론 자동화는 스마트팩토리에서 꼭 필요한 것인데요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전환은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 즉 소프트웨어를 갖추는 겁니다.”
▶그러면 소프트웨어 개발사와 제조공장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맞습니다. 스마트팩토리의 핵심 공정은 제품수명주기관리(PLM), 제조실행시스템(MES), 공급사슬관리(SCM), 수요예측시스템(APS) 등이에요. 이 각각의 공정엔 결국 소프트웨어가 필요하고 제조업종에 따라 필요한 공급기업(소프트웨어 개발사)이 다르죠. 그래서 제조현장에서 원하는 공급기업을 콕 짚어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혁신추진단이 업종별로 몇 곳의 공급기업을 추천해주기도 하죠.”
▶제조공장은 물론이고 공급기업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요. 현장에서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게 뭔지 바로 적용하면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혜택이죠. 그리고 정부 지원금과 수요기업(제조 공장)의 예산이 흘러가는 곳도 공급기업이고요.”
▶현재 1, 2단계에 있는 기업들이 많다면 그 이후는 이를 더 고도화하는 걸 텐데요.
“네, 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진정한 스마트팩토리는 사실 지능화를 넘어선 자율공장입니다. 사람의 개입 없이 공장에서 생산이 이뤄지는 것이죠. 이를 위해선 로봇,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공급망 관리, 무빙로봇 등이 자동으로 연결돼 유기적으로 생산이 이뤄져야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팩토리가 될 겁니다. 10년 이상 걸리겠지만 그렇게 가야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겁니다.” ▶DX나 자율공장이 사람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그건 편견입니다. 소프트웨어가 생산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게 가장 핵심이고요, 또 단순한 업무를 로봇이나 기계에 맡겨 인간은 좀 더 고도화된 업무를 하게 됩니다. 즉 일자리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전문화, 세분화, 고도화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팩토리 도입 후 생산성이 30% 오르고 품질은 43.5% 향상되는 등 여러 성과를 냈지만 고용도 3% 늘었습니다. 산업재해는 18.3% 줄고 매출액은 7.7% 늘었고요.”
▶DX와 AX를 헷갈려하는 기업도 많습니다. 둘의 차이는 무엇인지, 뭐가 먼저인지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제조 현장을 디지털로 전환하겠다고 할 때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제조 데이터고 둘째는 제조 데이터를 돌릴 수 있는 알고리즘, 즉 인공지능(AI)입니다. 둘은 반드시 있어야 하고 별개로 볼 것도 아닙니다. 하나만으로는 의미가 없죠. 그래서 DX는 제조 데이터를 쌓는 작업이고 AX는 이렇게 쌓은 데이터에 알고리즘을 적용시켜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은 붙어다니는 짝지라고 봐야 합니다. 필요충분조건이기도 하죠.”
▶한국이 제조 기반으로 성장해온 게 사실인데요, 앞으로도 제조 강국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요?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상이 높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거에요. 그건 세계 최고 수준의 대기업들이 주도했고 그 하방에서 중소기업들이 품질관리를 철저하고 혹독하게 치러내면서 기른 실력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이 내재된 기술력을 토대로 중소기업, 대기업이 힘을 합쳐 여기까지 온 거죠. 이렇게 좋은 '중기'라는 토양 위에서 다른 산업군도 발전할 수 있는 겁니다. 반도체, 배터리 같은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 1, 2, 3위를 달리는 것도 탄탄하게 이를 받쳐주는 중기 덕분이고요, 이 때문에 앞으로도 우리가 세계 최고 제조강국 자리를 유지하는 건 문제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 제조업의 디지털전환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2500년 전 고조선 때 청동기로 만든 거울이 부안에서 발견됐어요. 국보로 지정됐는데 아주 정교한 기술로 동그란 원을 황동 뒷면에 정확한 간격으로 200여개 그려져있습니다. 사람이 손으로 이걸 새긴 건데 그만큼 세계 최고의 손기술, 제조 기술이 한국에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죠. 이미 고조선 때부터 제조 강국의 면모를 갖고 있었고 이제는 디지털 전환으로 제2의 영예를 이어나가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해외에서도 한국 스마트 팩토리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네. 8월엔 베트남, 9월엔 페루에 갔는데요, 한국의 도움을 받아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하려는 현지 기업들의 관심이 굉장히 높았습니다. 실제 구체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을 논의하는 매칭 기업들도 많고 미팅 잡아달라고 줄을 섰습니다. 특히 베트남에는 이미 한국 기업도 많이 진출해있고 현지 제조기업들도 무척 많은데요, 혁신청이 신설될 정도로 국가 정책상 스마트 팩토리 도입을 적극 독려하고 있어요. 국내 공급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곧 잇따를 겁니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회사들, 즉 공급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면 어떤 파급력이 있을까요.
“국내는 제조기업이 기껏해야 7만여개입니다. 그런데 해외에는 훨씬 더 큰 시장이 있는 거고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이렇게 큰 경제성장, 산업 발전을 이뤄냈는데, 앞으로는 공급 기업들을 중심으로 10년 안에 굉장한 파급력이 일어날 겁니다.”
▶말씀을 듣다보니 제조단장으로서의 사명감이 느껴집니다.
“사실 제가 현대자동차에 30년 일할 때는 사업이 잘 되는 것, 돈 버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2022년 12월 1일 이곳에 온 뒤로는 사명감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크게는 국가 발전을 위해 뭔가 역할을 해야겠다는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중소기업의 스마트 팩토리를 총괄하면서 뭔가 발전하고 도약하는 데 기여해야겠다는 다짐이에요. 한국 제조산업이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아주 중요한 일이구나, 미래산업을 위한 일이구나, 그 교두보 같은 시기에 내가 역할을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언제 보람을 느끼십니까.
“4년 전에 추진단에서 스마트 팩토리 도입하시라고 설득하던 한 절삭가공 기업의 70대 창업주가 계셨어요. 그 분이 스마트 팩토리의 S자도 꺼내지 말라고 하셨는데 요즘엔 ‘우리가 언제 신청하면 될 수 있겠느냐’, ‘선정 안되면 우리 돈으로 할 테니 절삭가공 잘 할 수 있는 공급기업을 소개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신청했는데 경쟁이 치열해서 떨어졌다고요. 그만큼 스마트 팩토리의 효율성과 필요성, 성과가 많이 알려진 것 같아요.”
▶그럼에도 아직도 스마트 팩토리 도입을 꺼리는 기업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어느 기업이나 제조 노하우를 갖고 있어요. 창업주든, 생산부장이든 그걸 갖고 있는 특정인의 ‘도메인 날리지’를 디지털화해보라고 저는 얘기해요. 그 사람이 언제까지고 그 기업에서 일할 수는 없잖아요. 이걸 ‘보편적 날리지’로 디지털화하는 기반 작업부터 해보셔라, 그러면 스마트 팩토리 도입의 ‘맛’을 살짝 보는 거고 왜 도입해야 하는지 체감할 수 있을 겁니다.”
▶단장으로서 임기 중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현재 기초단계, 1~2단계를 밟는 기업들은 많아요. 그런데 4단계인 고도화까지 간 기업이 손에 꼽히죠. 진짜 지능화, 자율화한 국내 스마트 팩토리를 가능한 만큼 많이 구축하는 게 목표에요. 이들을 보면서 다른 기업들도 자극을 받고 DX의 필요성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성남=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