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3사의 올해 크리스마스 연출 준비 모습. /사진=김영리 기자
백화점 3사의 올해 크리스마스 연출 준비 모습. /사진=김영리 기자
"벌써 크리스마스 준비하나 봐. 너무 빠른 거 아냐?"

28일 점심께 여의도 더현대서울 5층.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장식물 앞에서 직장인들이 대화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부는 팻말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장식물 앞에는 '10월 31일까지 크리스마스 연출 준비 중'이라는 팻말과 함께 간이 펜스가 세워져 있었다.

이번 주부터 백화점 3사가 크리스마스 장식 경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지난해보다도 일주일가량 빠르다. 업계가 크리스마스 마케팅의 집객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크리스마스만 3개월

지난해 서울 소공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크리스마스 기념 미디어 파사드에 불이 밝혀진 모습. 2023년 본점 외관의 미디어 파사드는 375만 개의 LED칩을 사용, 외벽 전체가 63x18m 크기의 거대한 스크린으로 탈바꿈했다. /사진=최혁 기자
지난해 서울 소공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크리스마스 기념 미디어 파사드에 불이 밝혀진 모습. 2023년 본점 외관의 미디어 파사드는 375만 개의 LED칩을 사용, 외벽 전체가 63x18m 크기의 거대한 스크린으로 탈바꿈했다. /사진=최혁 기자
/사진=김영리 기자
/사진=김영리 기자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은 모두 내달 1일부터 크리스마스 장식을 공개한다. 주요 점포 내·외부를 초대형 전광판, 트리, 조명, 리본 등으로 꾸몄다. 통상적으로 이듬해 1월 말까지 백화점 크리스마스 장식이 유지되는 것을 감안하면 3개월여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이어가는 셈이다.

명동 일대를 화려한 미디어파사드로 밝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디지털 사이니지 전광판도 오는 금요일부터 공개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의 경우 11월 9일에 크리스마스 연출에 돌입했고, 2022년에는 11월 중순부터 전광판을 밝혔다. 올해는 8일가량 먼저 전광판을 점등하는 것.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22년에는 350만개의 LED 전구를 사용했고, 지난해에는 375만개의 전구를 활용해 63x18m의 규모로 운영했는데, 올해는 아예 건물 외벽 전체를 72x18m 크기의 초대형 LED 전광판으로 덮었다.

이는 명동이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 자유표시 구역으로 선정된 데에 따른 것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임시로 운영하는 것이 아닌 연중 내내 활용이 가능한 상시 전광판이다.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도 질세라 크리스마스 장식 연출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공사도 막바지를 향한 듯 별도의 가벽 없이 건물 외벽을 덮은 크리스마스 장식 구조물이 노출된 모습이었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5층 실내 공간에 꾸며진 크리스마스 장식물의 경우 지난 24일 입장 예약을 받았는데, 14분 만에 1차 예약 수량이 모두 마감됐다.

백화점 주변을 오가는 시민들은 이른 크리스마스 장식에 설렘을 표하면서도, 너무 이른 감이 있다는 등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였다.

이날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크리스마스 미디어 파사드가 켜지면 이제 이 일대는 복잡해질 것"이라면서도 "근방의 직장을 다녀도 사람이 너무 많아 인증샷 한 번 제대로 찍은 적 없는데, (미디어 파사드가) 일찍 공개된다고 하니 사람들 몰리기 전에 올해는 사진 남겨볼 수 있겠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신세계백화점 맞은편 골목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이모 씨는 "확실히 크리스마스 장식이 켜지면 유동 인구가 배로 늘어나는 것을 체감한다"며 "연말 분위기가 길어질수록 우리 입장에서는 좋다"며 반겼다.

다만 크리스마스 장식이 너무 빠르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 인근서 만난 30대 직장인 한모 씨는 "날씨도 그렇고 시민들이 아직 '연말'이라고 느낄 분위기는 아닌데 억지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며 "평소라면 자연스럽게 핼러윈 분위기를 즐기다 크리스마스로 넘어갈 텐데 (이태원 참사 영향으로) 그게 어렵다 보니 크리스마스만 계속 부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날짜가 정해진 것은 아니나 예년과 비슷하게 1월 말까지 운영할 예정"이라며 "크리스마스 연출을 일찍 시작한다고 해서 일찍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분위기 반전 기회 삼는 것"

/사진=김영리 기자
/사진=김영리 기자
전문가들은 업계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당기는 것과 관련, 침체된 내수 분위기를 반등시키려는 움직임으로 분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백화점 3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값)를 모두 지난해 동기 대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롯데쇼핑의 3분기 영업이익은 1239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2.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고, 신세계백화점은 10.1% 줄어든 1186억원, 현대백화점은 9.3% 감소한 671억원으로 예상치를 내놨다.

백화점 업계의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한 데에는 9월까지 이어진 더위, 추석 연휴 늘어난 해외여행 수요 등이 있다. 무더위로 간절기 의류 소비가 위축됐고, 추석 연휴에 국내서 시간을 보내는 대신 해외로 떠나면서 소비 진작이 이어지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백화점 업계의 영업이익 감소를 전망하면서 "중국인 면세 수요 감소에 따라 면세점 실적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업계서 4분기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크리스마스 마케팅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날씨가 지난해에 비해 빠르게 추워진 영향도 있는 데다 올해 폭염이 길어 소비자도 분위기 전환을 기대하는 심리가 평소보다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업계가 핼러윈을 선뜻 이벤트로 활용하기에는 아직 부담이 있다"며 "분위기 반전으로 활용할 '데이 마케팅' 수단이 현재로서는 크리스마스뿐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