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와 서울 잇는 '수묵 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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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김성희 개인전
한지·천연염료로 그린 한국화
프랑스 파리에서 20여점 전시
한지·천연염료로 그린 한국화
프랑스 파리에서 20여점 전시
아트 바젤 파리로 프랑스 미술계가 떠들썩한 가운데, 파리 마레지구 화랑가 한편에 익숙한 한국화 20여 점이 걸렸다. 한지에 천연염료로 찍은 형형색색 얼룩과 이들을 연결하는 굵은 붓질이 밤하늘 은하수처럼 빛나고 있었다. 갤러리 아트버스에서 열린 디지털아트 전시 ‘혜명: 한지에 수놓은 별자리’다.
전통 기법으로 완성된 수묵화와 첨단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아트. 얼핏 보면 대척점에 있는 두 장르를 아우른 작가는 혜명 김성희(61)다. 서울대 미대 동양화과 교수이자 서울대 미술관장 및 미대 학장을 지낸 그의 본업은 화가다. 지난해 영국 글로벌 경매회사 본햄스에서 한국 작가 최초로 초대전을 연 김 작가가 이번엔 프랑스 무대에 올랐다. 혜명은 그의 호다.
김 작가의 개인전은 서울과 파리 두 도시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서울 광화문 아트조선스페이스(ACS)의 ‘별을 잇다’가 그림 30여 점을 전시한다면, 파리에선 이를 디지털로 변환한 작품을 걸었다. 그는 “코로나19로 하늘길마저 막힌 시절, 미술로 경계를 뛰어넘는 방식을 고민한 끝에 디지털아트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김 작가의 대표작인 ‘별 난 이야기’ 연작은 ‘관(觀·보다)’이라는 철학을 담고 있다. 별은 그 자리에서 빛날 뿐 인간의 욕망과 의지에 의해 의미가 따라붙는다는 의미다. 그의 화폭에 펼쳐진 별자리가 보는 이마다 다른 해석을 끌어내는 이유다. 머리에 맴도는 번뇌처럼 복잡해 보이기도, 꽃잎이 흐드러진 봄날 정원처럼 아름답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야기는 10여 년 전 작가가 겪은 교통사고로 거슬러 올라간다. 퇴근길에 오토바이를 피하려다 넘어져 아킬레스건이 끊어진 그는 꼼짝없이 누워지내야 했다. 몇 달이 지나자 우울증마저 찾아왔다.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날이 무상하게 느껴진 찰나. 작가는 우주의 티끌로 사라지는 별에서 동질감을 느꼈다고 한다. 공허함만 남지만, 그 속에서도 제각각 꽃은 피고 별은 빛나고 있었다. 작가는 “별이 탄생하고 소멸하듯 인간의 욕망도 덧없다. 하지만 그 욕망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한지에 천연염료로 별을 그리고 이를 선으로 연결해 우주를 형상화한다. 장섬유로 만든 한지를 40여 년째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산에서 채취한 나무껍질과 열매를 우려내 만든 염료로 색을 더한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전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과 파리에서 열리는 그의 전시는 11월 2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파리=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전통 기법으로 완성된 수묵화와 첨단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아트. 얼핏 보면 대척점에 있는 두 장르를 아우른 작가는 혜명 김성희(61)다. 서울대 미대 동양화과 교수이자 서울대 미술관장 및 미대 학장을 지낸 그의 본업은 화가다. 지난해 영국 글로벌 경매회사 본햄스에서 한국 작가 최초로 초대전을 연 김 작가가 이번엔 프랑스 무대에 올랐다. 혜명은 그의 호다.
김 작가의 개인전은 서울과 파리 두 도시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서울 광화문 아트조선스페이스(ACS)의 ‘별을 잇다’가 그림 30여 점을 전시한다면, 파리에선 이를 디지털로 변환한 작품을 걸었다. 그는 “코로나19로 하늘길마저 막힌 시절, 미술로 경계를 뛰어넘는 방식을 고민한 끝에 디지털아트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김 작가의 대표작인 ‘별 난 이야기’ 연작은 ‘관(觀·보다)’이라는 철학을 담고 있다. 별은 그 자리에서 빛날 뿐 인간의 욕망과 의지에 의해 의미가 따라붙는다는 의미다. 그의 화폭에 펼쳐진 별자리가 보는 이마다 다른 해석을 끌어내는 이유다. 머리에 맴도는 번뇌처럼 복잡해 보이기도, 꽃잎이 흐드러진 봄날 정원처럼 아름답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야기는 10여 년 전 작가가 겪은 교통사고로 거슬러 올라간다. 퇴근길에 오토바이를 피하려다 넘어져 아킬레스건이 끊어진 그는 꼼짝없이 누워지내야 했다. 몇 달이 지나자 우울증마저 찾아왔다.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날이 무상하게 느껴진 찰나. 작가는 우주의 티끌로 사라지는 별에서 동질감을 느꼈다고 한다. 공허함만 남지만, 그 속에서도 제각각 꽃은 피고 별은 빛나고 있었다. 작가는 “별이 탄생하고 소멸하듯 인간의 욕망도 덧없다. 하지만 그 욕망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한지에 천연염료로 별을 그리고 이를 선으로 연결해 우주를 형상화한다. 장섬유로 만든 한지를 40여 년째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산에서 채취한 나무껍질과 열매를 우려내 만든 염료로 색을 더한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전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과 파리에서 열리는 그의 전시는 11월 2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파리=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