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학부를 마치고 해외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나는 학생이 연간 1만 명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박사과정을 마쳐도 지방대 교수직도 쉽지 않은 반면 외국은 석사급 이상 인재 우대 정책과 수요가 많아 유학길에 오르는 학생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대 공대 대학원에서도 미달이 발생하는 등 국내 유력 대학원조차 석사과정 학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3~2022년) 해외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 수(내국인)는 총 9만6062명에 달한다. 매년 약 1만 명의 대학 졸업생과 대학원생이 해외로 떠나고 있다는 얘기다. 선호하는 유학 대상 국가는 미국, 독일 등이다. 코로나19 이후 감소한 대학원 유학생은 2022년 9392명으로 다시 반등해 연 1만 명을 목전에 뒀다.

과거 상경·문과계열 비중이 압도적이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이공계열 해외 대학 및 대학원 진학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해외에 거주 중인 이공계 대학생·대학원생은 2만9337명이다. 전체 해외 유학생의 24%를 차지한다.

이공계 해외 대학원 유학생들은 “성장 가능성 때문에 해외 대학원을 택했다”고 입을 모은다. 졸업 후 기업에 취업하더라도 연봉이 평균 서너 배 이상 차이 난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교수 임용을 준비 중인 30대 김모씨는 “같은 연구를 하더라도 대외적으로 훨씬 인정받고 학위 이후 대우가 다른 점 등을 생각해 대학원 유학을 결정했다”며 “국내 박사는 지방대 교수직조차 얻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은 “한국에 남을 유인과 비전을 체계적으로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공계 이탈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