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천 명의 석사급 이상 국내 인재가 미국 취업 이민을 떠나고 있지만 정작 한국 영주권을 신청하는 해외 우수 인재는 연간 수십 명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유인이 부족한 현재 비자 정책으로는 날로 심각해지는 인재 유출입 불균형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F-5(영주권) 비자 중 11번 항목(특정능력)으로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188명에 불과하다. F5-11은 과학, 경영, 교육, 문화예술 등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유한 사람에게 발급된다. 글로벌 석학이나 다국적 기업 고위 관리직을 대상으로 영주권을 발급하는 미국의 EB-1 비자와 가장 비슷하다.

석사급 인력이 대상인 미국 EB-2 비자와 유사한 국내 영주권인 F5-9·10의 연간 신규 발급은 수십 명에 그치고 있다. 현재 F5-9(첨단박사)로 체류하는 외국인은 302명, F5-10(첨단학사)은 1666명이다. 두 영주권은 해외에서 첨단산업 분야 학위를 취득하고 한국 기업에 고용된 외국인에게 발급된다.

F5-5·10·11 영주권 체류자 수는 2019년 884명에서 올해 2156명으로 늘었지만 국내 장기 체류자 등 매년 겹치는 수를 제외하면 순수하게 신규 발급된 취업 이민 영주권은 연 수십 명 수준에 그친다. 매년 최소 1400명의 석사급 이상 인재가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과 대비된다. 구체적인 신규 발급 규모와 관련해 법무부 관계자는 “신규 영주권 취득자를 시점별로 집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제조업 현장의 요구에 따라 블루칼라로 대표되는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E-9 비자) 유치 정책에 보다 주안점을 두고 있다. E-9 비자 유치 상한은 2020년 5만6000명에서 올해 16만5000명으로 세 배로 늘었다. 숙련 외국인 근로자(E-7-4) 상한도 2018년 600명에서 올해 3만5000명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최고급 인재 유치를 위한 정책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기업 차원에서 고급 인재를 고용한 사례는 적지 않았지만,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영주권자를 유입시키려는 정책적인 노력은 사실상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박사급 인재가 한국을 ‘취업 1순위 국가’로 여기지 않고, 입국 뒤에도 오래 거주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조영희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급 인력을 유치하려는 비자 제도를 갖추지 못한 건 아니지만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 정책이 부족하다”며 “해외 우수 인력을 위한 자녀 교육과 배우자 취업 등 가족 복지 개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