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트바젤 파리 전경. /안시욱 기자
올해 아트바젤 파리 전경. /안시욱 기자
미술시장의 가파른 경기 하락세가 올 들어 점차 진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투자회사 UBS가 미술품을 수집하는 고액순자산보유자(부동산을 제외한 금융자산이 100만달러이상인 개인 고객) 36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다.

28일 아트바젤과 UBS가 최근 공동 발간한 ‘2024년 컬렉터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올해 상반기 미술품 구입 액수 중간값은 2만5555달러(약 3535만원)였다. 지난 한 해 지출액 중간값이 5만달러(약 6918만원)고, 반기별로 나눴을 때 2만5000달러(약 3459만원)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락세가 멈춘 것으로 보인다. 향후 여섯 달 동안 글로벌 미술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91%의 응답자가 “낙관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말(77%)보다 눈에 띄게 증가한 숫자다.

다만 초고가 작품의 판매는 아직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미술 시장 매출은 650억 달러로 전년 대비 4% 감소했는데, 고가 작품 판매가 줄어든 게 주요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는 “1000만달러(약 132억원) 이상 연 매출을 기록하는 대규모 화랑의 매출이 같은 기간 7% 감소한 것도 고가 작품 거래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가별 미술시장 점유율에서는 여전히 미국(42%)이 독주 양상을 보였다. 홍콩을 포함한 중국(19%)은 영국(17%)을 제치고 다시 2위로 올라섰다. 프랑스(7%)는 4위에 머물렀다. 미술품의 주요 판매 채널을 보면 아트페어의 비중 하락(35%→29%)이 눈에 띄었다. UBS 관계자는 “큰손들이 미술품을 살 때 전보다 신중한 자세로 검토에 임하고 있고, 해외 미술 행사도 전보다 덜 다니고 있다”며 “갤러리 사업을 하기엔 어려운 시기”라고 말했다.

향후 장기 미술시장의 큰 변수 중 하나는 ‘부의 되물림’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고액순자산보유자 중 자수성가한 사람에 비해 상속자의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미술품을 구매할 만한 잠재 고객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자산을 상속받은 사람은 자수성가한 사람에 비해 미술품을 구매하려는 성향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미술품을 물려받은 ‘수퍼 리치’ 중 적잖은 수는 상속받은 작품 중 일부를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시 공간이 부족하거나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잠재 수요와 공급이 함께 늘어나면서 미술품 시장은 앞으로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은 미술시장을 ‘일부 금수저들만의 리그’로 만들어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보고서는 우려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