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도요타 회장의 '현대차 팬' 발언에 숨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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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 현대차를 '동맹'으로 인정
오늘은 함께지만 내일은 다시 경쟁
신정은 산업부 기자
오늘은 함께지만 내일은 다시 경쟁
신정은 산업부 기자
![[취재수첩] 도요타 회장의 '현대차 팬' 발언에 숨은 뜻](https://img.hankyung.com/photo/202410/07.35835030.1.jpg)
이날 도요다 회장은 현대차 카니발을 타고 행사장에 나타났다. 현장에 대기하며 도요타의 고급 차량만 예의 주시하던 기자의 예상이 보기 좋게 깨졌다. 복장도 예사롭지 않았다. 검정 레이서 복장을 갖춰 입은 도요다 회장은 전문 카레이서 풍모를 물씬 풍겼다.
이날 행사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도요타는 현대차그룹이 후발주자로서 외형 확장에 주력하던 시기에 늘 벤치마킹 대상이 된 기업이다. 현대차 직원들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고할 때마다 “도요타도 하는거냐, 도요타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냐”는 얘기를 상사들로부터 들어야 했다. 이런 각고의 노력 끝에 현대차그룹은 세계 3위 완성차 업체로 성장했다.
현대차그룹이 ‘무서운 추격자’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도요타가 현대차의 동맹 요청에 응한 이유는 자명하다. 지금은 ‘적과의 동침’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일 것이다. 비야디 등 중국의 자동차산업은 유럽의 강자들을 떨게 할 정도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점령해가고 있다. 업계에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테슬라가 주도하는 완전 자율주행의 시대가 언제 불현듯 목전에 다가올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이날의 명장면은 정 회장과 도요다 회장이 경주용 자동차에 헬멧을 쓴 채 나란히 앉아 트랙을 빠르게 질주하는 모습이었다. 수백 분의 1초 차이로 승부가 결정 나는 자동차 레이싱은 마치 ‘합종연횡’의 최종 승자가 되려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치열한 경쟁을 연상시켰다. 총성 없는 전쟁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절감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