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터리산업의 ‘대장’ 격인 LG에너지솔루션이 4분기에 이어 내년에도 업황이 쉽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다 중국 경쟁사의 수출 확대, 완성차업체의 배터리 내재화 등으로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매출 6조8778억원, 영업이익 4483억원을 기록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4%, 38.7% 줄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로 받은 4660억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177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셈이다.

전기차 판매 둔화에 따른 ‘배터리 보릿고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4분기에 이어 내년 업황 회복세에 대해서도 “하락세인 리튬 등 원자재 가격이 반영되면 4분기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며 “4분기 수익성도 3분기보다 개선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엔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출시 등 긍정적인 요인이 있지만, 불확실성이 많아 매출 증가율을 보수적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가 제품인 4680 배터리, 중가 모델인 고전압 미드니켈, 저가 상품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 ‘삼각 편대’로 시장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른 배터리업체와 달리 제품 포트폴리오가 많아 고객사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회사 측은 “다수의 잠재 고객사와 수주를 전제로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했다.

또 “내년에는 필수불가결한 곳 외엔 설비 투자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의 전망과 관련해 일각에선 시장의 눈높이를 낮추려는 보수적인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