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전의 승자로 엔비디아와 TSMC, SK하이닉스 등 ‘팀 엔비디아’를 꼽지만 이들이 누리는 영화가 언제까지나 계속된다고 보지 않는다. 엔비디아와 TSMC에 대한 ‘반(反)독점 규제’ 등 리스크가 있어서다.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가 메모리 기술력을 되찾으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팀 엔비디아' 강한만큼 리스크도 커, 삼성엔 기회…"내년 HBM4 승부처"
2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첨단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가 설계한 프로세서를 만들고 HBM과 묶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무를 담당하는 TSMC의 올 3분기(7~9월) 영업이익률은 각각 40%와 47.5%에 달했다. 엔비디아의 2025회계연도 2분기(2024년 5~7월) 영업이익률(62.1%)엔 못 미치지만, 이렇게 높은 수익을 내는 반도체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팀 엔비디아가 잘나갈수록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다. 독과점 가능성이 대표적이다. 미국과 프랑스가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조사 중이다. 60% 넘는 시장 점유율의 TSMC도 경쟁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다. 반독점 규제로 엔비디아 점유율이 하락하면 HBM 제조 물량의 90% 이상을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SK하이닉스에도 악재다.

단단하게 묶인 팀 엔비디아의 균열 가능성도 거론된다. 엔비디아는 마이크론, 삼성전자 등 SK하이닉스의 대안을 계속 물색하고 있다. TSMC 고위 경영자는 최근 “일반 기업이 꿈도 꿀 수 없는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며 엔비디아의 폭리를 지적하기도 했다.

반도체업계에선 이런 움직임이 삼성전자에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 하반기 열리는 HBM4 시장에서 삼성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삼성 HBM3E 8단 제품이 엔비디아의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는 대만 매체의 보도에 삼성전자 주가가 3.94% 오른 것도 이런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전 상황(납품 지연)과 바뀐 게 없다”는 삼성전자의 해명에도 이날 외국인은 9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33거래일간 이어진 순매도 행진을 끝냈다.

황정수/이시은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