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유시설 공습 자제한 이스라엘…국제유가 6%대 급락 [오늘의 유가]
이스라엘이 이란 정유시설을 제외하고 군사 시설만 겨냥해 공습을 이어가자 국제 유가가 급락했다. 중동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공급 우려가 일부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2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6.13% 하락한 배럴당 67.83달러에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2월물은 ICE 선물거래소에서 전날보다 6.09% 떨어진 71.42달러에 장을 마쳤다. 모두 이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일 낙폭은 유가가 하루 만에 8% 가까이 폭락했던 2022년 7월 12일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컸다.
최근 1개월 국제 유가(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최근 1개월 국제 유가(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지난 주말(26일)에 이뤄진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피해 이뤄지면서 원유 공급 우려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군(IDF)은 26일 새벽 F-15·F-16 전투기를 동원해 이란의 수도 테헤란과 쿠제스탄, 일람 등 3개 주의 군사시설을 폭격하면서 러시아제 S-300 지대공 미사일 포대 3곳을 파괴했다.

이란 역시 이스라엘 공습에 신중하게 대응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7일 “전날 이스라엘의 공격은 과장되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경시되어서도 안 된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27일 테헤란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27일 테헤란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확전 우려가 줄어들며 시장에서는 다시 공급보다는 수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옥스퍼드 에너지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빌 파렌-프라이스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적대 행위가 억제되었다는 인식에 따라 유가가 움직였다”며 “전쟁이 확대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유가 하락을 막았던 거시적 힘이 다시 통제력을 되찾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전했다. 중국의 수요 둔화 등 거시 경제 요인들이 유가에 다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시티그룹의 맥스 레이튼 애널리스트는 낮아진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해 브렌트유의 목표 가격을 배럴당 74달러에서 7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투자은행 튜더피커링홀트앤드코는 내년 WTI의 기본 시나리오가 배럴당 65달러 선이라고 추산했다. 필 플린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 선임 애널리스트는 “오늘 급락은 뉴스가 시장을 움직인 완벽한 사례”라면서도 “여전히 지정학적 위험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경제 기자